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사업자들과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구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털은 영장이 없으면 정보를 안 주는데 이통사들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 법률 탓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은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 제 3항이다. 해당 조항엔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를 놓고 관련 업계에선 규정를 보다 분명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네이버는 영장이 없는데도 한 네티즌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줬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대법원이 네이버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네이버가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무시하고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했다고 소송한 네티즌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결과였다.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을 상대로 이용자 통신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서비스 가입일이나 해지일 정보를 뜻한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업체들은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2012년도부터 지켜온 ‘영장이 없으면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넘겨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은 누구나 진입 가능한 시장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사용자가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용자 정보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회적인 합의가 형성될 때까지는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며, 영장에 의한 청구는 협력하지만, 이 법을 근거로 한 통신자료 제공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 제도 전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빨리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비슷한 기조다. 카카오 또한 영장 없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통사는 현실적으로 기간 통신 사업자 특성상,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명확한 요청 사유가 있다면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가입자들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에 대해 확인할 수도 있다"며 "계속해서 수사기관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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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할 경우 이용자 이탈을 걱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이통사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제한된 경쟁이 벌어지다보니 이용자가 대체할 수 없는 자신감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털 사업자들과 통신사업자들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용자 보호 측면에 대해서는 이에 대해 모든 사업자가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통신사업자들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협조를 해야 이러한 법률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