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기상조다.”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아우디 코리아가 지난해 12월 24일 'A3 스포트백 e-tron' 국내 출시 계획을 밝혔을 때 든 생각이다. 아직 국내 시장 수요가 높지 않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기 때문.
아우디 코리아는 이후 2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아우디 최초의 PHEV 모델 A3 스포트백 e-tron 모델을 지난달 18일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 사전 미디어 시승회를 연지 7개월만에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출시 당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대표는 "도심 속 전기 주행과 장거리 운행 능력을 모두 갖춘 A3 스포트백 e-tron이 소비자 일상은 물론, 사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이 차가 국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서울과 강원도 원주를 오고가는 약 220km 구간을 주행하며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아이오닉보다 여유로운 뒷좌석 거주공간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 외관 디자인은 일반 아우디 A3 스포트백과 차별화를 이뤘다. 싱글 프레임에 적용된 크롬 장식이 최근 국내 출시된 뉴 아우디 Q7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아우디 A3 스포트백과 큰 차이점은 없다. 다만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뒷좌석 공간이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에 탑재된 파나소닉 8.8kwh 리튬 이온 배터리는 차량 트렁크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다. 기존 아우디 A3 스포트백 트렁크 공간에 딱 맞게 위치해 있어 뒷좌석 공간에 전혀 해를 안 끼친다.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가는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은 A3 스포트백 e-tron 차체 크기 수준이라면 만족할만 하다. 크기가 조금 더 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비해 뒷좌석 거주공간이 여유로운 느낌이다.
■힘, 정숙성 탁월...25km EV 주행 거리는 옥에 티
본격적으로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 주행에 나섰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구간이라 EV모드 정숙성과 고속주행 성능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에는 최대 150마력의 1.4리터 TFSI 엔진과 최고출력 75kW(102마력)의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최대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5,7kgm 힘을 발휘한다. 웬만한 소형 디젤 차량의 힘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파워트레인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충분한 가속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EV 모드 주행거리다. 아우디 코리아에 따르면 EV 모드시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이 주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5km에 불과하다. 최대 44km EV 모드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쏘나타 PHEV보다 절반 정도 짧은 주행거리다.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에 EV 충전 게이지가 바닥을 찍었다. 빨리 전기 충전을 해 EV 모드의 정숙성을 더 느끼고 싶었다.
■PHEV에 관대하지 못한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소
강원도 원주 도착 후, 전기 충전을 위해 원주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세 곳(이마트, LG전자 베스트샵,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을 방문해봤다.
이마트의 경우, BMW 등과 협력한 전기차 충전기가 마련됐다. 멤버십 카드를 소지해야만 충전이 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LG전자 베스트샵 매장으로 이동했다.
LG전자 베스트샵 매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옆 주차공간은 일반 주차장에 비해 작은 느낌이다. 주변에 장애물과 차량이 많아 주차 자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으로 이동했다.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에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기 1대가 위치했다. 이곳에는 다른 충전소와 달리 충전방법과 충전 가능 차종이 상세히 적혀있다. 충전 가능 차량 명단에는 국내 충전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만 포함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충전 가능 대상에 빠졌다. 이 충전기는 또 별도의 회원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전기 충전을 포기하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충전에 대한 인프라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우디 코리아의 섣부른 출시도 문제였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는 “BMW 등 타사의 경우 오너들에게 멤버십 카드를 제공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충전을 돕는다”며 “아직까지 아우디 코리아의 경우 결제시스템 및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정부와의 협의를 거치지 못해 개별 충전만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에는 외부 전원 콘센트에서 공급된 전류를 활용할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충전 시스템은 그래픽 디스플레이가 있는 컨트롤 유닛, 차량용 2.5m 케이블 1개, 그리고 가정용과 산업용 플러그가 있는 전원 케이블 2개로 구성된다. 배터리 완충까지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면 약 2시간 15분 가량 소요되며, 가정용 전기의 경우 약 3시간 45분이 걸린다.
만일 온 세상이 PHEV 충전에 관대하다면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은 충전 걱정 없이 마음껏 EV모드 정숙성을 오너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 관리자나 건물 관리업주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별 충전 시스템을 통해 차량 전기 충전을 진행하면 ‘전기 도둑’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충전으로 인한 엄청난 누진세를 견뎌야 하며, 충전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개별 충전 시스템 유닛은 충전 진행시 도난의 위험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업체 파워큐브가 RFID 방식의 모바일 전기 충전기를 도입해 운영중이지만, 운영중인 장소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승인 절차도 생각보다 까다롭고 보안이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을 5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보조금보다 다섯 배 높다. 친환경차 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 정부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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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일반 가솔린 충전이 가능하지만, 효율성을 위해 전기 충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만일 정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위한 충전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너들은 전적으로 가솔린 연료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의 판매가격은 5천5백만원(보조금 적용 전 가격). 보조금이 적용되도 일반 아우디 A3 스포트백에 비해 약 2천만원 정도 비싼 편이다. 과연 이 차가 충전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