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알파고는 어떻게 될까?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지난 1주일 동안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놀라운 대국 실력을 보여줬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4승1패)도 훌륭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수를 보이면서 최강의 머신러닝 실력을 보여줬다.
임무를 완수한 알파고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부에선 이세돌 9단이나 커제 9단과의 재대결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사 여부는 간단하지가 않다. 구글 알파고의 최종 목적이 바둑 최강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체스 경기 승리했던 IBM은 '딥블루' 곧바로 해체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IT매체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알파고의 범용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 경우에 한해” 재대결에 응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IBM 딥블루 사례를 들어 알파고도 폐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딥 블루는 지난 1997년 5월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 경기에서 3승2무1패로 승리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 직후 카스파로프는 재대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IBM은 이 요청을 거절하고 곧바로 딥 블루를 해체해버렸다.
물론 알파고는 딥 블루와는 조금 다르다. 체스에 최적화돼 있는 딥 블루와 달리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바둑 최고수로 만들어졌지만 의료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도 확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사비스가 ‘재대결 가능성’을 묻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알파고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이란 전제를 깔고 답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난 1월 알파고 관련 논문을 게재했던 영국 과학 저널 ‘네이처’는 “알파고가 범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패턴 인식, 의사 결정, 계획 같은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계도 많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인상적인 성과를 이뤄내긴 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 스스로 게임 깨치는 프로젝트→의료 적용 등 계획 많아
구글 측은 일단 다음 목표는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접근 방식이 조금 흥미롭다.
이와 관련해선 데미스 하사비스가 지난 달 학회에서 밝힌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인간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 경기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이미 지난 해 초 ‘퐁’ ‘스페이스 인베이더스’를 비롯한 49개 아케이드 게임을 혼자서 깨우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공개한 적 있다. 알파고에 이 프로젝트를 본격 적용하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구글 의도대로 인간과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성사될 경우 바둑보다는 더 놀라운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바둑 경기와 달리 게임은 알파고 스스로 깨우쳐나가면서 실력을 쌓는 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알파고의 꿈은 게임에서 멈추진 않을 전망이다. 역시 네이처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지난 2월 ‘딥마인드 헬스’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영국 국립 보건서비스(NHS)와 손잡고 진단 및 치료 계획을 향상하기 위한 의료 데이터 쪽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의료 쪽으로 넘어올 경우엔 훨씬 더 힘든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바둑이나 게임에 비해 데이터도 훨씬 적을 뿐 아니라 판단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좀 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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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고려하면 알파고에게 ‘바둑 승리’는 목표점을 향해 가는 과제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딥 블루를 비롯한 이전 인공지능 컴퓨터와 달리 계속 활동할 가능성이 많다.
알파고는 구글이 그리고 있는 거대한 인공지능 생태계의 전위부대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