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잠금장치를 놓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애플 간 공방이 달아오르면서 스마트폰 암화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모두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강력한 암호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가 적용된 기기 비율로 보면 아직도 아이폰이 압도적이다. 아이폰의 경우 암호화된 제품 비중은 이미 95%에 달한다.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제하는데 따른 결과다.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암호화된 제품 비중이 아이폰에 한참 못미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전세계에 깔려 있는 14억 대 가량의 안드로이드폰 중 암호화된 것은 10%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암호화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암호화된 안드로이드폰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구글은 자사 브랜드로 파는 넥서스 스마트폰의 경우 암호화된 상태에서 출시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파트너들 사이에선 암호화에 대해 소극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제조 업체들은 보급형 스마트폰에 암호화가 적용될 경우 성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구글의 바람이 400개 가까이 되는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제조사들 사이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스마트폰이 암호화돼 있지 않으면 수사 당국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수사 당국은 보통 잠금장치가 된 스마트폰을 풀기 위해 특별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암호화가 되어 있지 않은 스마트폰의 경우 품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구글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상대로 마시멜로로 알려진 최신 안드로이드6.0 버전을 도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마시멜로는 제조 업체들이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대해 암호화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나오는 고성능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암호화가 적용된다.
그러나 전체 안드로이드폰에서 마시멜로가 깔린 비중은 2.3% 수준 밖에 안된다. 아이폰은 79%에 최신 iOS9가 탑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시멜로는 지난해 10월, iOS9은 지난해 9월 공개됐다.
마시멜로 비중이 미미한 것을 감안하면 암호화 측면에서 안드로이드폰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볼 수도 있다. 구글은 2014년 9월부터 암호화 확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로선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인 롤리팝이 깔린 신형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암호화를 적용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체 테스트를 통해 암호화가 스마트폰 성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구글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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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드웨어 업체들은 구글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테스트를 해봤는데 보급형 기기에서 앱을 띄울 때 몇초 가량 지연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구글은 암호화 요구를 중단했다고 WSJ은 전했다.
구글은 결과적으로 모든 안드로이드폰에 암호화를 적용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WSJ은 "안드로이드는 공짜로 제공되고 있고, 구글을 별도로 독자적으로 안드로이드 OS를 만든 하드웨어 회사들도 있다"면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파트너들이 이탈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