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적시해도 타인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두고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오픈넷은 지난 달 25일 헌법재판소가 비방 목적으로 타인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일명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오픈넷은 해당 법 조항이 '비방의 목적'과 같이 명확하지 않은 구성요건으로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한 경우라고 비판했다. 특히 헌재의 이번 결정이 내부고발 등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과 형벌조항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에 따라 더욱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돼야 한다면서도 '비방의 목적'이 명확한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또 '공익의 목적'이 있을 경우 '비방의 목적'이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픈넷은 이런 개념들은 불명확해 판단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할 공익도 크고 개인에 대한 비난의 목적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주된 목적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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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형사처벌 조항으로 진실한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형사절차에 따라 구속될 수 있고 징역형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다”며 “불명확한 기준으로 죄의 성립이 좌우되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보통 수사과정에서 부당하게 합의금 종용에 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진실을 말한 사람이 범죄자로 처벌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모순된다”면서 “이 법조항의 존재는 결국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 혹은 '명백히 공익적인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에 따르면 미국,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는 국제적 흐름이며 같은 이유에서 UN자유권위원회는 작년 11월 대한민국 심사에서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