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커머스 티몬은 하루에 한 번 정도 푸시 알람을 보낸다. 관심 있는 쇼핑 카테고리를 설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필요하거나 필요할 것 같은 상품이 추천된다. 전후사정이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레코벨이 제공한 추천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추천시스템'이다.
옐로모바일의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속한 레코벨은 2013년 2월에 설립됐고 소셜커머스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 필요한 상품 추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주특기다.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B2B의 세계에선 나름 유명세가 있다. 티몬 외에도 SSG닷컴, GS숍, 교보문고, 아모레퍼시픽 등 레코벨 추천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박성혁 레코벨 대표는 자사 추천 시스템을 '영업의 달인'과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백화점이나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을 때 굳이 꼭 살 필요는 없지만, 직원의 설명을 듣고 '혹'해서 사는 경우가 있듯, 레코벨의 추천 시스템도 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본적인 정보나 구매이력, 구매 시간 등을 분석해 베테랑 영업사원처럼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천시스템을 갖고 기업 매출을 올려주는 도우미를 표방합니다. 한국 전체 이커머스 거래금액 중 20% 가량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이를 고객사에게 제공해 주고 있죠."
박 대표는 레코벨의 추천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확실히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사이트내 1인당 클릭수와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매출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이다.
"추천시스템 적용 후 평균 3% 정도 매출이 증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가 적어 보일 수도 있는데요, 연간 거래액이 1조가 넘는 대형 고객사를 예로 들면 연매출이 300억원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초대형 이커머스 기업에 적용한다면 늘어나는 매출은 연간 조 단위에 달할 것입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레코벨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면 매출이 늘어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견과류 제품을 사러 온 소비자가 검색창에 해당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비슷한 가격대의 고구마 말랭이와 같은 주전부리를 추천하는 것보다 가격대가 조금 더 높은 건강기능식품 추천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뷰티 제품의 경우 교체주기가 중요한데, 교체주기가 80일 가량인 스킨제품은 이를 고려해 추천하면 구매율이 높아지죠. 10만원짜리 전자레인지를 쇼핑하고 있는 고객에게 다른 가전제품 특가 기획전 상품을 추천해 100만원이 넘는 냉장고를 구매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교한 추천 엔진이 10배 이상 비싼 제품을 판매한 셈이죠. 선택의 모든 과정은 고객의 몫이지만 전자레인지 상품 페이지 상에서 냉장고 기획전 페이지로 이어주는 추천의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10배가 넘는 가격의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쇼핑몰에 방문하는 고객이 100명이라고 한다면, 각각에 맞춰 100개의 다른 메인 화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추천 화면이 뜨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보여줌으로써 페이지 전환율을 높이고,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으로 유도해 구매율을 상승시킨다는 설명이다.
앞서 기자가 경험한 티몬 같은 경우 고객의 미래 가치를 평가해 쿠폰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밤에 구매를 많이 하는 소비자를 위해 저녁 시간 때 푸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메일도 전부 개인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을 한 사람이 200만명이라고 하면, 모두에게 다 보내는 것보다 타겟팅해서 20만명에게 보내는 것이 발생하는 매출이 크고 효과가 좋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검증은 AB 테스트를 통해 할 수 있다. 같은 사이트를 A버전과 B버전으로 나누는 것이다. A는 레코벨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고, B는 레코벨 시스템이 탑재된 사이트다. 이렇게 공평하게 나눠서 관리하면 일인당 얼마나 더 많이 클릭하는가, 더 오래 체류하는가, 매출로 연결되는가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여행박사'가 레코벨이 100% 커스터마이징한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어린 아이와 함께 괌을 가려고 고민 중인 부모에게 하와이를 추천해 주는 것은 잘못된 추천입니다. 세부나 사이판이 맞춤 추천이라 할 수 있죠. 단순히 여행사에서 잘팔리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개인화된 맞춤 추천서비스가 결합되면서 상품 사용자가 최근 클릭한 상품을 기준으로 가격과 거리 등을 고려한 맞춤 추천이 가능해졌다. 소비자가 관심 있어 하는 여행지를 통해 거리나 가격 등까지 기업이 고려해 추천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우는 장거리 여행상품이 아닌 단거리 상품을 보여줬을 때 구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박 대표는 레코벨의 초기 수익 모델은 고객사가 원하는 시스템을 다 만들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고객사 내에 상주하면서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 보니 여러 고객사를 관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표준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레코벨 시스템은 월 사용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초기 개발비는 연간 단위로 계약했을 때에는 따로 받지 않고 있어요. 고객사는 월마다 결제할 수도 있고, 시험 삼아 도입해 보고 원하지 않으면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레코벨은 고객들에게 연간 단위 계약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커머스 회사들은 직접 엔지니어를 뽑고, 인프라를 세팅하는 비용이 부담되다보니 레코벨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검색도 주목하고 있다. 사이트 내 검색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이커머스 회사들이 많지 않은 만큼, 만족스러운 검색 결과를 제공해주는 검색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롯데인터넷면세점에 레코벨의 검색 서비스를 도입하니, 소비자가 검색란에 화장품 브랜드 '키엘'을 '키옐'로 써도 검색이 됩니다. '록시땅'을 '록시당'으로 적어도 검색해 주지요. 극단적으로 '공항에서 필수품'이라고 적어도 관련 상품을 검색 결과로 보여줍니다."
박 대표는 옐로디지털마케팅(YDM)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글로벌에 대한 비전이 뚜렷한 YDM에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레코벨은 기술 회사였습니다. 광고회사가 아니죠. 그런데 YDM은 기술기반 광고를 가장 잘 이해하고, 디지털마케팅에 대한 큰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도 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저희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해 합류하기로 결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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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벨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일본 시장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우선 무료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일본은 처음부터 유료로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레코벨 기술을 무료로 쓰게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뭘 검색하고, 뭘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수익은 낼 수 없어도 레코벨은 2~3년 후를, 더 큰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