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속에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IT업계, 특히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국가정보원에 의한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커졌다는 것을 이유로 해외 서비스로 넘어가는 사용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카카오톡 감청 이슈가 붉어졌을 때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사용자가 급증한 것을 뛰어넘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련기사: 카톡 검열 논란, 독일 텔래그램 인기 폭발]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워낙 강하게 밀어부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대놓고 걱정된다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글: 유감스러운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의 퇴사]
테러방지법에서 국내 IT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테러 의심 관련자를 규정한 부분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장 소속의 테러통합대응센터장은 테러단체 구성원 또는 테러 기도, 지원자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한하여 정보 수집, 조사 및 테러 우려 인물에 대한 출입국 규제, 외국환 거래, 정치 요청 및 통신 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당한' 이유라는 부분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테러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해 보인다.
법에 따르면 테러란 국가 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외국 정부(외국 지방자치단체와 조약 또는 국제 협력에 따라 설립된 국제 기구 포함)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도 포함한다.
테러를 선전, 선동하는 글 또는 그림, 상징적 표현이나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폭발물 등 위험물 제조법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경우 관계기관의 장에, 긴급 삭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인터넷 업체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단순한 정부 비판적인 글도 테러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행위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시민단체 등은 테러방지법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우려해왔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 등 45개 시민단체는 법안이 통과되기전인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정원의 국민감시를 수월하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만 없을 뿐, 테러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 각종 법령과 기구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해외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가 늘 것이란 국내 업체들의 우려는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SNS에선 이미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이 테러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FBI 요구를 거절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트위터 등 유명 IT업체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민감한 커뮤니케이션은 해외 서비스를 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 서비스 등이 특히 그렇다.
프라이버시가 걱정된다고 사용자들이 국내 통신 서비스와 결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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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터넷 서비스는 다르다. 페이스북 등 한국에서도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는 해외 서비스들은 이미 넘친다. 이들 해외 서비스는 국정원의 도감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압수수색도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찬반 여론이 팽팽했던 테러방지법을 반대한 이들 다수가 인터넷 서비스에 친숙한 이들"이라며 "이들이 해외 서비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