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 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샌프란시스코(미국)=손경호 기자] 보안의 메이저리그로 통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이 갖춰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2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소재한 글로벌혁신센터(KIC) 실리콘밸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최재유 차관과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보호기업의 글로벌 진출전략'을 주제로 한 2016년 제5차 ICT 정책 해우소 행사가 열렸다.

최 차관은 이튿날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보안 컨퍼런스인 'RSA2016'에을 참관하는데 이어 미국 사이버보안혁신네트워크(SINET) 등 현지 주요 기업, 기관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미국 국토안보부(DHS)도 방문, 한미 간 사이버 보안 R&D 협력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보안업계에 따르면 미래부 차관이 글로벌 보안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보안 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원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9일부터 시작해 3월1일부터 본격적인 전시회가 시작되는 RSA2016에는 코트라가 운영하는 한국전시관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가보안기술연구원(NSR) 등 정보보호 관련 연구기관이 국내 보안회사들과 공동으로 전시부스를 차린다. 파수닷컴, 지란지교소프트는 단독부스를 운영하며, 지니네트웍스의 경우 올해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가한다.

■브랜딩 중요성 강조...슬랙 같은 무료-유료 서비스 모델도 주목

28일 열린 ICT 해우소에서는 2012년부터 미국 새너제이 지역에 북미지사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도전해 온 파수닷컴이 현지화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안혜연 파수닷컴 부사장은 "북미지사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 최고경영자(CEO)와 부사장(VP)을 채용해 운영 중"이라며 "특히 가트너, 포레스트 앤 설리번 등과 같은 주요 컨설팅 회사들과 접촉해 꾸준히 기술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안제품의 품질이나 시장에서 원하는 스펙을 맞추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그 다음은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파수닷컴은 2013년부터 3년째 가트너 시큐리티 서밋에도 참여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에게도 자사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분야에 대해 앤더슨 그룹, 가트너 보고서에서 DRM 주요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안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 주요 이동통신사가 내부보안용으로 DRM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회사들 또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도 좋은 레퍼런스를 확보해나가고 이를 위한 지원인력을 갖추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RSA2016에서 부스를 차리는 지니네트웍스의 이동범 대표는 "네트워크접근제어(NAC)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공공, 금융쪽 시장점유율이 높고, 외산솔루션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글로벌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 보스턴 지역에 지사를 두고, 김계연 연구소장을 현지 법인장으로 두었다. 이 대표는 현지에서 자사를 알리기 쉽지 않고, 오프라인에 투자하기에는 많은 투자금이 드는 만큼 온라인에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NAC를 무료로 공급하면서 추가적인 기능을 유료로 서비스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자들 사이에 유명한 협업용 메신저인 슬랙의 기업가치가 3조4천억원에 달하고, 온라인에서 정가로만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틀라시안 역시 지난해 매출이 5조원에 달하며, 5천만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러한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미래부 정보보호정책과 홍진배 과장은 "이전까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시장에 대한 진출방안을 논의해 왔는데 글로벌 선진시장에 대한 진출 경험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기융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은 "정보보안 업계 31년째 일하고 있는데 RSA컨퍼런스에 차관이 참석하는 것도, 국내 참관단이 이 정도 규모로 오는 것도 처음"이라며 "해외진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해외협력행사를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종헌 KISIA 명예회장은 "과거 해외 글로벌 기업의 보안 파트너로 진출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에 대한 보안 아웃소싱을 받는 것이 예산도 안 들고, 리스크도 적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굉장히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기업인들 "적극적인 고객지원 필수"

ICT 해우소에 앞서 코트라가 주최한 사전설명회에서는 국내 하우리, 소만사 등 보안기업들을 미국, 중남미 시장에 진출시키는 역할을 해왔던 이노브젝트 권석원 대표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은 최소 5년 간 투자할 각오를 해야한다"며 "미국의 경우 동부와 서부 간에만 3시간 이상 시차가 있는 만큼 원격에서 제품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지화를 통한 적극적인 고객지원을 위해 이 같은 전략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NHN 미국 법인서 인프라/보안팀장으로 근무하다 익스트림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긴 류교원 엔지니어는 "NHN 미국 법인이 현지 게임 관련 비즈니스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마케팅과 세일즈를 현지화 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아니라 한국 기업 자체가 글로벌화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인력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만텍 등에서 근무하다가 JFrog라는 이스라엘 IT기업에 몸담고 있는 한동희 엔지니어 역시 여기에 동의했다. 그에 따르면 시만텍의 경우도 한 때 고객지원센터를 없앴다가 매출이 급감했던 시기가 있었다. 반면 이스라엘 회사 중에는 R&D는 자국에서 하지만 고객지원만큼은 현지에 맞게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간 200% 성장한 곳도 있었다.

■미래부 "보안 새로운 수출동력 삼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