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단순한 명령어일까? 아니면 어떤 관점을 나타내는 창의적인 표현물일까?
‘아이폰 백도어’를 놓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소프트웨어의 법적 성격 문제를 둘러싼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 LA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 변호인들은 이날 FBI가 아이폰 잠금 장치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법원 명령은 ‘언론의 자유’에 대해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란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번 주중 아이폰의 잠금 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어주라는 법원 명령에 대한 답변을 보낼 예정이다. 이 때 ‘수정헌법 1조 위반’이란 취지의 주장을 할 예정이란 의미다.
■ "미국 정부는 '모든 영장법' 한계 넘어섰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가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는 어떠한 법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 조항에는 종교 차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부분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애플이 이번 주 보낼 답변서를 통해 미국 정부가 ‘모든 영장법’이 부여한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보안 프로토콜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든 영장법’이 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란 의미다. 애플은 또 법원 답변서를 통해 의회가 이번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이 전했다.
그렇다면 애플이 ‘아이폰 백도어’ 명령을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 자유 침해 사례로 내세우는 근거는 뭘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블룸버그 통신이 잘 설명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가 기자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도록 강제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된다.
■ "코드에 서명 추가 강제는 언론자유 침해 해당될 수도"
이런 전제 하에 블룸버그는 “마찬가지로 애플에 대해서도 보안을 약화한 운영체제를 만들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기사를 쓴다(write a story)’와 ‘운영체제를 만든다(write an operating system)’란 문구에서 모두 ‘쓰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기술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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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앱스토어에서 새로운 게임이나 앱을 다운받을 때마다 아이폰 기기가 앱의 코드에 있는 디지털 서명을 확인한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든 앱은 애플의 인증을 받기 때문에 이 과정에 필요한 암호 서명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FBI 요구대로 하기 위해선 애플의 의사에 반하는 서명을 추가해야만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수정헌법 1조 위반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