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소리없이 강하다"...신형 렉서스 RX450h

튀는 외모에 강력한 주행성능...정숙성은 기본

카테크입력 :2016/02/19 16:05    수정: 2016/02/19 17:40

정기수 기자

렉서스가 7년 만에 새롭게 진화한 RX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7일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4세대 '신형 RX'를 국내에 선보이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렉서스는 지난해 ES300h와 NX300h 등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3% 성장한 7천956대를 판매,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올해 신형 RX가 가세한 만큼 회사 내부의 기대는 사뭇 크다.

1998년 첫 출시된 RX는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한 원조격 모델이다.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26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렉서스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이다.

신형 RX 450h 주행 모습(사진=렉서스)

한국토요타 전략·기획 부문 강대환 이사는 "신형 RX는 디자인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렉서스 하이브리드에 대한 미래 전략이 집약된 모델"이라며 "정숙성과 효율성은 물론 운전의 재미까지 갖췄다"고 소개했다.

신형 RX의 시승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 경기 가평 크리스탈밸리 CC를 왕복하는 약 12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3.5L 6기통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얹은 RX450h의 최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 풀옵션 모델이었다.

시승 구간은 고속도로와 와인딩은 물론 오르막 구간 등이 고루 포함돼 차량의 성능을 체험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강렬한 외관이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이 보닛부터 범퍼까지 덮을 정도로 확대돼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핀들 그릴이 처음 적용됐던 3세대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서 느꼈던 어색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RX 450h의 C필러에는 플로팅 루프가 적용됐다(사진=지디넷코리아)

렉서스 문양을 본뜬 L자형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와 화살촉 형상의 LED 주간 주행등은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측면부는 C필러(차량 지붕과 뒷면을 잇는 부분)를 검은색 유리로 처리하는 플로팅 루프를 적용한 점이 이채롭다. C필러가 없는 것 같은 착시 효과로 주행시 역동성을 더한다.

렉서스 최초로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 기능도 탑재됐다. 키를 들고 뒷면 엠블럼 근처에 다가가면 트렁크가 열린다. 타 브랜드들이 적용한 범퍼 하단부에 발을 갖다대는 방식과 달리 한 이유가 렉서스 답다. "여성이 트렁크 아래에 발길질 하는 모양이 우아하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RX450h에 탑재된 12.3인치 풀 컬러 디스플레이(사진=지디넷코리아)

문을 열고 운전석에 들어서자 센터페시아 중앙에 크게 자리한 12.3인치 풀 컬러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기어봉 아래 자리잡은 휠로 조작 가능하다. 터치 기능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케이블 연결 없이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무선 휴대폰 충전시스템도 탑재됐다. 단 삼성 갤럭시 S6 이상의 안드로이드 계열만 지원한다. 알루미늄과 원목을 혼합한 도어패널과 고급가죽을 적용해 레이어드 방식으로 디자인한 시트도 차급에 어울린다. 시트 중앙에 새겨진 붉은 색 스티치도 멋스럽다.

RX450h에 탑재된 휴대폰 무선충전시스템(사진=렉서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시동이 걸린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실내가 조용하다. RX450h는 시동을 걸 때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다. A필러 앞부분 작은 창을 투명하게 비운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서 보니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속도와 경로 등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간 주행에도 눈에 잘 들어올 정도로 시인성이 높다.

도심을 빠져나와 경춘고속도로에 진입해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속도를 올렸다. 이 차에 탑재된 3.5ℓ(3천456cc) V6 D-4S 엔진은 최고출력 262마력, 최대토크 34.2kg·m의 성능을 내며 전기 모터와 힘을 합친 총 시스템출력은 313마력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비만 좋은 재미없는 차로 여겨지지만 RX450h의 주행성능은 꽤 만족스럽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며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고속 주행에서도 힘에 부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저속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가고, 중속과 고속에서는 세단에 버금가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RX450h는 A필러 앞부분 작은 창을 투명하게 비워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사진=지디넷코리아)

부드러움만 강조됐던 3세대와 달리 서스펜션도 상대적으로 단단하게 세팅됐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울컥거림도 없고 화천 교차로에 진입해 접어든 와인딩 구간에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스티어링휠 역시 민첩하게 반응하며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게 해준다.

오르막 구간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간다. 신형 RX450h에는 평지, 빙판길, 코너링 등 차량의 주행상태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첨단 AWD 시스템이 전차종에 기본 장착됐다. 고속 주행에서 실내 정숙도 역시 만족스럽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도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RX450h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뒷 좌석 공간은 정말 넓다. 아니 광활할 정도다. 기존 모델보다 이전 모델보다 전장은 120mm, 전폭과 전고는 각각 10mm, 20mm 늘었고 휠베이스(축간거리) 역시 50mm 커졌다. BMW X5(2천933mm), 아우디 Q5(2천807mm), 벤츠 GLE(2천915mm) 등 동급 경쟁모델보다는 짧은 2천790mm의 휠베이스를 갖췄지만 공간이 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키 177cm의 기자가 앉아도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도 넉넉하다. 시트 아래 버튼을 통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해 몸을 더 눕힐 수도 있고 120mm까지 앞뒤로 움직인다. 플래그십 LS에 버금가는 넓은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는 회사 측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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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승을 마친 후 연비는 리터당 10.1km를 기록했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12.8km/L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가 없는 수치다. 연비를 우선으로 하는 에코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면 연비는 더 올라갔을 법 하다.

동급 수입경쟁 차종 대비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신형 RX450h의 판매가격은 7천610만~8천600만원.

RX 450h 뒷좌석(사진=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