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 꿈의 저장기술 실현됐다

1천도 고온에도 멀쩡…수명 138억년 "영구적"

과학입력 :2016/02/17 17:49    수정: 2016/02/17 18:1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슈퍼맨’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초강력 저장장치가 개발됐다. 수정을 활용한 이 장치는 138억 년 동안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섭씨 1천도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 연구진들이 5차원 공간에 데이터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저장방식을 고안했다고 PC월드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진주 쟝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유리에서 초고속 레이저 나노 구조를 활용한 5차원 데이터 저장(5D Data Storage by Ultrafast Laser NonoStructure in Glass)’란 논문을 통해 자신들이 발견한 기술을 소개했다.

수정을 활용해 5차원 수정 저장 장치를 만드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 데이터의 크기-배열방식 등을 4-5차원에 담아

연구팀은 데이터를 5차원으로 저장하기 위해 융해 석영 수정에 자체 조립한 나노구조를 이용했다. 이렇게 한 다음 빈 공간으로부터 5마이크로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3차원 나노 구조 점에 파일을 저장했다.

저장된 데이터는 일반적인 너비, 높이, 그리고 깊이로 암호화했다. 여기까진 3차원 데이터다. 나머지 4차원과 5차원은 저장된 데이터 ‘점’의 크기 값과 배치 방식을 결정하는 데 적용됐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이들은 5차원 저장 장치를 만들기 위해 ▲펨토 초(10조 분의 1 초) 레이저 ▲공간 광변속기(SLM) ▲푸리에 렌즈(FL) ▲반파장 판 ▲색선별 거울 ▲실리카 거울 샘플 ▲변형 스테이지 등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5차원 수정 저장장치 개념도. 10만분의 1초에 작동하는 레이저를 비롯해 다양한 기구들이 동원됐다. (사진=사우스햄턴대학)

성능 실험을 위해선 ‘킹제임스 성경’을 비롯해 ‘세계인권선언’ ‘대헌장’ 같은 고전 저작물들을 석영 디스크에 저장했다.

이렇게 한 결과 DVD 같은 일반적인 저장장치처럼 생긴 물건에 360테라바이트 용량을 담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게 영구 보존될 수 있는 것은 융해석영 덕분이다. 융해석영이란 결정 석영을 용해시켜서 만든 것으로 자외선을 잘 통과시키는 특성이 있다.

슈퍼맨 영화에 나왔던 '수정 저장기술' 구현

여기서 잠시 영화 ‘슈퍼맨’을 떠올려보자. 훗날 슈퍼맨이 되는 칼엘(Kal-El)의 고향은 크립톤 행성. 뛰어난 문명을 자랑하는 이 행성에는 자신들이 축적한 지식을 수정에 저장한다.

슈퍼맨은 북극에 있는 고독의 요새(Fortress of Solitude)에서 이 지식에 수시로 접속한다. 수정을 활용한 영구 저장 기술 덕분이다. 사우스햄턴 연구팀들은 슈퍼맨에 나오는 바로 이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5차원 저장장치의 모형은 영화 '슈퍼맨'에 나오는 크립톤 행성이다. 사진은 '슈퍼맨과 배트맨'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이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인간은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탄력을 받게 된다. 현재 디지털 저장 기술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장장치의 수명이다.

테이프 같은 자석을 활용한 저장 도구는 일반적으로 10~50년 가량 수명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담는 데 사용된 압축 디스크는 잘 보존할 경우엔 수 세대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블루레이 같은 최신 저장 기술은 최대 1천 년 정도로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루레이 저장 장치는 4.7GB까지만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장치를 50개 묶은 제품의 가격은 140달러에 이른다. 비용 문제도 만만찮은 셈이다.

사우스햄턴대학 연구팀들 역시 앞으로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 중 하나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비용문제 해결이 과제

5차원 ’슈퍼맨 수정’ 기술이 처음 증명된 것은 지난 2013년이었다. 당시 300킬로비트 파일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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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햄프턴대학 연구팀이 5차원 저장 장치에 성경을 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우스햄프턴대학 연구팀은 이번에 5차원 슈퍼맨 수정 기술을 이용해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해 뉴턴의 고전적 저술인 ‘광학’, 대헌장, 킹제임스 성경을 담는 데 성공했다.연구팀은 이번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광학엔지니어링 학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류의 오랜 친구였던 슈퍼맨. 그리고 그의 탄생지인 크립톤행성. 과연 인간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멸의 저장장치'를 구현해낼 수 있을까? 사우스햄프턴대학 연구팀은 그 질문을 향해 첫 발을 내디딘데 불과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