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겪던 핀테크포럼 의장 해임...핀테크협회 힘 실리나

인터넷입력 :2016/02/12 07:39    수정: 2016/02/16 11:14

손경호 기자

그동안 회원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내홍을 겪었던 한국핀테크포럼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박소영 의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박 의장의 자리는 부의장이었던 최기의 부산파이낸셜뉴스 사장이 대행하게 됐다.

이에따라 포럼과 별도로 핀테크 스타트업과 함께 금융IT 회사, 금융사 등이 모여서 창립할 예정인 한국핀테크협회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설립된 포럼은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만들어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이자 사단법인으로서 스타트업 육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포럼이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들과 교류가 약하다는 점이 회원사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박 의장을 중심으로 포럼의 성격이 금융사들과 협업하기보다는 이들을 견제하는 대안이 돼야한다는 메시지가 강했던 탓이다.

포럼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큰 갈등을 빚었던 것은 포럼과 지난해 12월부터 설립논의가 시작된 한국핀테크협회의 통합논의에서다.

포럼 내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금융사들과 접점을 갖고, 사업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새로 설립되는 협회와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새로 설립될 협회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기존 금융사들에게 좌우되는 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논의가 나온 시점에서부터 박 의장이 통합에 반대하며, 관련 논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안철수가 창당한 국민의당 핀테크 자문역으로 그동안 포럼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인사가 입당하게 됐다는 점이다. 포럼 이사회 관계자는 박 의장이 이사회도 소집하지 않고, 포럼을 대표해 해당 인사가 입당한 것처럼 비쳐진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포럼 이사사는 500만원, 회원사는 100만원, 벤처회사는 30만원씩 내서 거뒀던 운영비 5천500만원에 대해서도 포럼 운영을 위한 인건비, 행사비 등으로 쓰였으나 회원사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혜택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포럼 이사회 관계자는 "박 의장이 1년 동안 고생하신건 맞지만 이사회를 통해 상의한 것이 아니라 포럼이 개최한 세미나 내용까지도 혼자서 결정한 부분들이 많았었다"며 "해임을 피하려고 방안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핀테크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박 의장이 주도적으로 운영해왔던 포럼이 기존 금융사들에게 적대적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스타트업도 결국 기존 은행, 카드사 등과 협업을 통해서 비즈니스를 해야하는데 박 의장의 행보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규제산업인 금융사업에서 핀테크 서비스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미래부 산하인 포럼이 금융정책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도 핀테크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보다 현실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KB국민카드 사장이었다가 최근까지 포럼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기의 부산파이낸셜 사장이 임시의장으로 선임됐다.

관련기사

이러한 내홍을 겪는 사이 포럼 회원사 혹은 비회원사였던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포럼과 통합을 논의하는가 하면 포럼과는 별개로 협회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눈돌리고 있다.

한국핀테크협회 설립준비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근주 설립준비국장은 "포럼 회원사이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협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며 "협회장을 선임한 뒤 오는 3월께 설립총회를 거쳐 금융위로부터 산하 협회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