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 美서도 통할까

네덜란드 브렌들, 기사 건별 판매 시스템 확대 예정

인터넷입력 :2016/01/26 15:42    수정: 2016/01/26 16: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로 불리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브렌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기사 건별 판매'란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됐던 브렌들이 이르면 올 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렌들은 네덜란드 정부 혁신기금 20만 유로(약 2억6천만원) 지원을 받고 탄생한 언론 스타트업이다. 기사 건별 판매란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로 불리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서비스 중이다. 미국 정치 사이트 폴리티코에 따르면 약 65만 명에 이르는 브렌들 가입자 중 절반 가량이 35세 이하 연령층이다. 또 가입자 중 3분의 1 정도가 실제로 기사 건별 구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건별 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네덜란드 스타트업 브렌들.

■ 2014년 설립…가입자 65만명 달해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클뢰핑은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매체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매체들을 파트너로 확보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브렌들은 2014년 설립 초기 네덜란드 주요 언론사 기사들만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 해 6월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 슈프링어도 파트너사로 가세했다. 덕분에 빌트, 디벨트를 비롯해 슈피겔, 디자이트 등 독일 유력 언론사들도 브렌들에서 기사를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 해 3월엔 뉴욕타임스와 슈프링어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은 지분 23%를 38억 달러에 인수했다.

브렌들의 강점은 간편한 소액 결제 시스템과 환불 시스템이다. 일단 가격은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도록 돼 있다. 기사 가격은 언론사가 설정한다. 현재 브렌들에서 판매되는 기사 한건당 평균 가격은 20센트.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약 200원 수준이다.

브렌들의 서비스 개념도. (사진=브렌들)

이렇게 생긴 매출은 브렌들과 언론사가 3대 7로 나눈다. 출범 10개월 만에 20만 가입자를 모집했을 정도로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현재 가입자는 65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렌들은 일단 구입한 기사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환불해준다. 이런 점 때문에 깊이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브렌들 측은 주장한다.

공동 창업자인 클뢰핑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제목만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들은 환불 확률이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긴 인터뷰나 분명한 관점을 담고 있는 기사, 혹은 치열한 탐사 보도들이 잘 팔린다고 플뢰핑이 설명했다.

■ 미국, 유럽보다 유료화 저항 커 낙관 힘들어

브렌들은 유럽 시장에선 어느 정도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가입자 65만명이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 가입자 중 3분의 1 가량이 유료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유럽 쪽 독자들이 미국보다는 ‘유료 기사 구입’에 대해 저항감이 덜하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선 유럽에 비해 공짜 기사들이 널려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브렌들의 서비스 화면. (사진=브렌들)

블뢰핑 역시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이나 영화는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게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면서 “하지만 난 아직 기사를 유료 구매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블뢰핑은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고,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주기만 하면, 이젠 지갑을 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국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직은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비즈니스닷컴에 따르면 비관론자들은 “브렌들이 아직 폭 넓은 존재감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에서 조차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좀 더 심한 미국에선 더 힘들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 패키지 해체 시대, 브렌들이 새 모델 될 수 있을까

브렌들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블뢰핑 역시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미국 매체들은 실험을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브렌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 지 많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미국 매체들 역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이 훨씬 더 관심을 가질 대상이란 얘기다.

물론 브렌들이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경우엔 또 다른 곳으로 확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많다. 프랑스나 영국 같은 곳들이 다음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종이신문 시대에 언론들은 ‘패키지 판매’를 고수했다. ‘눈길 끄는 기사’ 한 두 건이면 충분했다. 인터넷신문이 대세로 떠오른 뒤에도 ‘유료화’의 기준은 역시 패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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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독자들의 소비 단위가 개별 기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브렌들의 ‘기사 건별 판매시스템’이 각광을 받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과연 이런 각광이 경제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미국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심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