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전자·부품업계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25일 삼성SDI, 26일 SK하이닉스와 LG전자, LG화학, 27일 LG디스플레이, 28일 삼성전자, 29일 삼성전기 등 주요 업체들의 4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됐다. 업계 표정은 엇갈린다.
지난해 3분기 호실적을 책임졌던 부품 부문이 4분기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3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환율 효과가 약화됐고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D램 등 주력 제품 가격도 하락이 지속되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PC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4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4분기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도 분기 평균 20% 이상 떨어지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휴대폰 부문 역시 수요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저가 스마트폰 효과로 출하량은 양호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TV와 생활가전 부문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시즌이 포함된 성수기 영향과 LCD 패널 가격 하락, 대형 프리미엄 TV 수요 증가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향상돼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4분기 어닝시즌의 포문을 연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6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수치지만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17.5%가 감소하면서 2014년 4분기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던 영업이익이 다섯 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컨센서스에도 다소 못 미친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은 5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2.55% 늘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반도체 부문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던 환율 효과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수요 부진과 주력 제품 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주력 제품인 DDR 4Gb 단품 가격은 지난해 말 평균 1.72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14%가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2%나 빠진 가격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3조6천610억원이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분기 3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도 부진에서 회복되지 못하면서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이 2조원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조4천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디스플레이 영업이익도 패널 가격 하락 여파로 전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영향과 TV 수익성 향상에 힘입어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를 중심으로 UHD TV와 SUHD TV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생활가전 제품들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3천6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내내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 실적이 메모리와 LCD 가격 하락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두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1.4조원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TV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급증했고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VD 사업부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생활가전사업부도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4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LG전자 4분기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천3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의 역할이 컸다. 트윈워시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TV 역시 성수기 효과와 50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 증가,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원가가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문의 경우 V10 등 프리미엄 모델 출시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시장 포화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흑자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증권사별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3분기 LG전자 MC사업부문은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4분기 이익은 전분기 대비 감소하지만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는 가전과 TV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보다 크게 이뤄지면서 2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전망"이라면서 "가전은 트윈워시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TV는 블랙프라이데이 성수기 효과와 OLED TV와 UHD TV 등 50인치 이상 프리미엄 모델 판매 증가,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원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을 이어온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위태롭다. 특히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을 9천억원대로 내려잡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수요 부진과 D램 가격 하락 등 업황이 좋지 않고 환율 효과도 사라진 탓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D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면서 "PC 수요 부진에 이어 아이폰 물량도 예상을 하회하면서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영업이익 급감이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7조1천379억원, 영업이익 1천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80.7% 감소가 예상된다. 최근 증권사들은 1천억원대 이하로 실적 전망치를 더욱 내려잡고 있다. 대형 TV 패널 가격이 지난해 4분기 20% 이상 하락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부진과 사라진 환율 효과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말 성수기 효과가 예년만큼 크지 않았고 세트업체들은 보수적 재고관리로 일관한 가운데 30인치 이상 소형 패널 시장에만 집중하던 중국 패널 업체들마저도 생산수율 개선을 통해 40인치 이상 TV 패널 시장에 진입한 것이 가파른 패널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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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품 계열사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재고조정 등 영향으로 12월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카메라모듈, MLCC, 와이파이 모듈 등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어닝쇼크까지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중대형 전지를 제외한 전 사업부문에서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4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천98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30% 감소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약 70% 증가가 전망된다. 화학 부문과 소형 배터리 부문은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되지만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에서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영업이익 711억원 수준으로 무난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