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구버전 인터넷익스플로러(IE) 지원 종료가 따라 국내 웹 생태계의 파편화 현상이 줄어드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3일 오전 2시를 기점으로, 오래된 IE 환경을 위한 MS의 기술 지원과 보안 업데이트가 공식 종료된다. 구버전 IE 사용자들은 향후 가능한 최신 IE로 업그레이드해야 MS에서 제공하는 보안패치 등 업데이트를 내려받거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MS의 방침은 국내 사용자들이 낡은 브라우저를 버리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사이트 개발자와 방문자가 기대하는 '최적 환경'의 불일치, 즉 웹 파편화 문제를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불특정 사용자 대상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반 기업과 구축을 맡는 개발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최신 IE를 쓸 경우, 브라우저마다 같은 사이트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2014.8.8.): MS, 2016년 구형 IE 브라우저 지원 중단]
■한국 웹 파편화의 한 축, 구버전 IE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5년 하반기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현황 조사 결과, MS 지원 대상에서 이번에 배제되거나 이미 과거에 배제된 웹브라우저들의 국내 점유율이 여전히 만만찮은 수준이다. 윈도7과 윈도8의 IE10(21.1%), 윈도비스타와 윈도7 IE9(12.3%), 윈도XP와 윈도비스타와 윈도7의 IE8(14.8%), IE7(2.4%), IE6(0.8%) 등을 모두 합친 비중이 과반(59.5%)이다.
외국에선 최신 웹표준 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하는 웹사이트가 일반적인데, 한국 웹 환경은 이처럼 다르다. MS가 웹표준 대응에 인색할 때 만들어 버전마다 표시 결과가 제각각인 구버전 IE 브라우저들과의 호환성이 중시된다. 최신 브라우저 사용자에게 오히려 불편할 수 있는 환경이다. 외국에선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최신 브라우저를 선호하는데, 낡은 브라우저를 버릴 수 없는 한국 사용자들의 처지는 어정쩡하다.
[☞관련기사(2016.1.12..): 13일 구형 IE 기술지원 중단...'IE11 업그레이드 필수']
개발자에게도 낡은 브라우저는 골칫거리다. 구버전 IE는 동일한 사이트를 버전마다 달리 표시한다. 이런 버전별 차이는 여러 사용자 환경에 같은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서비스 기획이나 구현 실무자에게 수도 없이 많은 변수를 고려하게 만든다. 현업에선 문제점 보완에 빼앗기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찮았다. 이는 새로운 웹기술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의 등장이나, 기존 서비스의 진화를 가로막는 악순환을 낳았다.
한국MS 김명신 부장은 "HTML5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권고안의 준수 수준이나 브라우저의 성능이 개선된 최신 브라우저 사용자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고, 개발자 관점에서도 최신 기술로 웹 페이지를 개발하고 하위 버전을 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 변화를 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버전 IE 지원 중단 정책에 대해 "기존 웹 파편화 현상을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IE 지원 종료 어떻게 적용되나
구버전 IE 지원 종료는 일반 사용자들의 최신 브라우저 업그레이드를 촉진할 수 있다. 구버전 IE에 의존하는 업무 시스템을 쓰는 기업에선 저항이 있겠지만, 이들의 전환도 시간 문제다. MS는 그간 공식사이트 안내를 통해 관련 최신 IE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윈도에 탑재된 '윈도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부지불식간 IE 업그레이드를 유도해 왔다.
MS의 방침은 일견 모든 윈도 사용자들에게 IE11 버전을 강요하고 나머지 윈도 환경을 배제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운영체제(OS)에 대한 기술 지원이 완전 중단된 윈도XP를 제외하고, 아직 공식 기술지원 기간이 남아 있는 윈도 버전마다 쓸 수 있는 최신 IE로 업그레이드하라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은 IE11 버전이 최신인데, 아닌 경우엔 기존 버전의 지원도 지속된다.
[☞관련기사(2013.2.1.): MS, 웹개발자 '구버전 IE 테스트' 거들기]
[☞참조링크: Internet Explorer 지원 종료]
[☞참조링크: Microsoft Support Lifecycle]
MS 기술 지원과 보안 업데이트는 제품 사용자 환경에서 발생하는 버그 및 보안취약점을 패치하고 악성코드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MS가 구버전 IE 지원을 공식 중단했다고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멀쩡했던 윈도PC나 서버 시스템이 지원 중단 일자를 기점으로 갑자기 오작동하거나 악성코드에 감염당하진 않는단 얘기다. 다만 유사시 사용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기존과의 차이점이다.
MS의 브라우저 기술 지원과 보안 업데이트는 IE8, IE9, IE10, IE11 사용자들에게 제공됐는데, 중단 시점 이후에는 주로 IE11 사용자 환경에 제공된다. 지난 2014년 8월 공개된 MS 지원 수명주기 공지에 따르면 ▲윈도7 SP1 ▲윈도8.1 업데이트 ▲윈도서버2008R2 SP1 ▲윈도서버2008R2 IA64 ▲윈도서버2012R2 ▲윈도임베디드스탠더드7 ▲윈도임베디드POS레디7 ▲윈도8.1인더스트리 업데이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OS를 쓰는 기기에 구형 IE가 깔려 있으면 기술 지원을 못 받는다.
예외가 있다. MS가 IE11을 최신 브라우저로 제공하지 않지만 기술지원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OS일 경우다. 이런 OS는 구버전 IE 중 그나마 최신버전을 깔아 MS 업데이트와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IE8 사용시 지원 가능한 환경은 ▲윈도임베디드 스탠더드 2009 ▲윈도임베디드 POS레디 2009 ▲윈도 씬PC 탑재 기기다. IE9 사용시 지원 가능한 환경은 ▲윈도비스타SP2 ▲윈도서버2008R2 ▲윈도서버2008 IA64 구동 시스템이다. IE10 사용시 지원 가능한 환경은 ▲윈도서버2012 ▲윈도임베디드8 스탠더드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포털이 바뀔 차례?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쓴다. 별 문제가 없으면 계속 쓴다. 웹사이트 운영 주체들은 많이 쓰이는 브라우저를 지원한다. 계속 많이 쓰이면, 계속 그걸 지원한다. 일종의 순환고리다. 능동적 변화의 여지가 적다. 여기에 MS가 구버전 IE 지원을 종료한다는 외부 자극이 주어졌다. 사용자들은 브라우저를 바꿔야 할 유인이 생겼다.
사용자들이 국내 웹 파편화의 한 축이었던 구버전 IE를 거의 쓰지 않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다수 사용자들이 선택하는 최신 브라우저 위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울 수 있다. 개발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창의적인 서비스 구현과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 기업들 중에서도 대형 포털 쪽의 변화를 기대해 볼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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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털사이트 운영 업체들은 그간 최신 브라우저 대응에 민감한 동시에 구버전 IE 환경도 배제하지 않는다. 모든 서비스에 동일한 브라우저 지원 기준을 내걸고 개발, 운영을 수행하지도 않는다. 최대 사업자 네이버는 이런 기준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도 없다는 입장. 그러기엔 각 서비스마다 대응해야 할 사용자 환경의 편차가 너무 크단다. 어떤 서비스는 최신 브라우저 대응이, 어떤 서비스에선 오래된 브라우저 지원이 중요하단 식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열쇠는 포털에 있을 듯하다. 기업에서 포털에 연계된 사이트 또는 하위 브랜드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을 접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 사업자의 웹사이트 개발 및 운영 방침은 기본적으로 포털의 서비스를 접하는 일반 사용자의 변화를 직접 유발한다. 일반 사용자들의 변화, 대형 서비스 사업자의 활동이 여타 업계 종사자들에게 변화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