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안 좋았는데 메르스까지 겹쳤다. 습도가 높아지는 장마도 없었다.”
LG전자가 2016년형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구체적인 판매 실적을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5년 동안 시장이 계속 축소됐다는 것이 영업을 총괄하는 사장의 발언이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은 “한국 영업을 맡은지 6년째인데 그동안 시장이 계속 축소됐다”며 “작년에는 기온이 높은 것 같지만 장마가 없는 무더위라 제습기 판매도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년도에는 메르스로 인해 가전 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타격을 받았고, 그 숫자를 감안해보면 올해는 상당히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한다”며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최상규 사장의 호언에도 올해 에어컨 시장이 얼마나 활기를 되찾을 지는 의문이다. 올해 날씨가 에어컨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싶은 LG전자의 심정을 알아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에어컨 장사 호황기를 고르면 2012년을 꼽는다. 그 해 여름 무더위는 지독했다. 바꿔말하면 그 때 이후로 에어컨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 한때 불티나게 팔리던 제습기도 비가 안오는 여름 날씨에 속수무책이다.
이미 에어컨이 없는 가정을 찾기 드물기 때문에 이사철 교체 수요나 노려야하는 것도 맹점이다. 그렇다고 주택경기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다.
CES에서 여실히 드러났던 중국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물론 브랜드 경쟁력이나 기술력에서 우리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는 규모라 작은 나비 날개 바람에 국내 시장은 휘청일 수도 있다.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은 “중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중국 내수에 팔려야 될 물량이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싸워보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이날 선보인 에어컨 제품과 향후 전략에 더욱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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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에어컨 신제품은 사람 움직임을 94%까지 측정할 수 있는 인체감지센서를 탑재했다. 간단한 기술이지만, 에어컨 사용자에만 맞춰 냉방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전력 이용량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또 에어컨 하나에 공기청정기, 제습기를 모두 포함시키면서 가정 내 공간 효율 등을 꾀한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내부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가정용 에어컨과 상업용 에어컨을 별도 조직에서 개발, 제작했지만 이제는 한 조직에서 모두 다룬다. 한국이나 글로벌 시장이나 두 카테고리의 시장 유통 경로가 70%나 같은데 힘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