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는 잘팔리는데 콘텐츠가 없다

점유율 10% 육박...프로그램 제작 '지지부진'

방송/통신입력 :2016/01/08 09:35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차세대 초고화질(UHD) TV가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는 물론 중국 업체인 TCL, 하이센스도 UHD TV에 퀀텀닷이나 OLED 기술을 추가하며 화질 경쟁에 합류했다.

실제 국내외 시장에서도 UHD TV 전환도 빠르게 전개되면서, 국내 UHD TV 판매량이 전체 TV 시장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UHD TV 시장은 기존 TV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지만, UHD 방송 시장은 아직 답보상태다.

문제는 UHD 콘텐츠다. 지상파, IPTV, 케이블TV 할 것 없이 모두 UHD가 차세대 먹거리라고 추켜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볼만한 UHD 콘텐츠가 많지 않다. 하드웨어는 빠르게 바뀌는데 콘텐츠 전환 속도는 지지부진하면서, 점점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주인공중에 하나는 UHD TV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가전업체들이 달려들어 올해 UHD 대중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올해는 UHD TV가 가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시장조사 기관 IHS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UHD TV 판매량은 전체 TV 판매량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UHD TV는 40만대로 지난 2014년 대비 거의 두배 가량 늘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UHD TV가격이 많이 떨어져 TV구입 시 소비자들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 삼성, LG의 UHD TV도 150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한 제품이 나오고 있고,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는 50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UHD방송

TV 시장의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방송 업계의 준비상태는 거북이 걸음이다.

최근 방송계는 UHD방송 가입자가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앞다퉈 홍보하고 있다. 추산해 보면 UHD 방송이 상용화된지 1년 반만에 IPTV, 케이블TV, 위성을 합쳐 90만 가구가 UHD 방송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 전체 UHD 가입자 중 상당수는 IPTV 사용자인데, IPTV 업체들이 UHD 가입자 유치를 위해 UHD 셋톱박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UHD 가입자가 늘어난 것 처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쪽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UHD 가입자가 1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IPTV 업체와 같이 자본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UHD 셋톱박스 확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볼만한 UHD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케이블TV SO에 VOD 콘텐츠를 공급하는 케이블TV VOD는 2014년 4월 UHD 전용 채널 유맥스를 개국했지만, 주목을 끌 만한 콘텐츠가 적어 반응이 미진한 실정이다. 이 방송은 케이블TV 사업자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송출된다. KT올레tv가 그 중 UHD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 편이지만, 300여 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HD콘텐츠를 UHD콘텐츠로 변환한(업스케일링) 콘텐츠라 진정한 의미의 UHD 콘텐츠라고는 할 수 없다.

다행히 지상파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이 수립돼 2017년까지 2월부터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된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 전체 방송시간의 5%가 UHD 콘텐츠로 방송된다. 하지만 이도 2027년 100% 전환을 목표로하는 12년간의 장기 계획의 첫 시작이다.

UHD 방송 확산에 속도가 붙으려면 더 많은 콘텐츠 제작사에서 UHD 제작을 늘려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하는 UHD 콘텐츠를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 정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등장하며 실제 UHD로 콘텐츠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며 "“1년 반 전에는 UHD콘텐츠가 비싼것은 1억이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1천만원 이하다. 제작비는 기존 방식보다 3배는 더 들어가는데 값은 떨어지니 제작사들이 UHD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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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사업자 모두 UHD 시장확산을 위해 먼저 UHD 콘텐츠 제작에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미래부는 지난 2014년 UHD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100억원 규모의 민관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UHD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2017년까지 UHD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을 전체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2015년 184억원)의 50%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