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플래시스토리지 수요가 확 늘면서 업계가 혼전 양상이다. EMC와 IBM이 벤처 인수합병을 통해 대응에 나섰고, 이들 외에도 퓨어스토리지, 바이올린메모리, 님블스토리지, 카미나리오같은 전문업체의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상장(IPO)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주가 폭락으로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된 업체들이 올하반기 두드러졌다.
글로벌 투자분석가들은 몇몇 올플래시스토리지 벤처들의 생명력을 부정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들에겐 신규 고객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수합병 매물로 나오는 것 외엔 활로가 마땅찮다. 그러나 최근 넷앱에 인수된 솔리드파이어가 이런 타개책의 막차를 탄 케이스로 평가된다. 조만간 세계 시장서 업체간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통한 옥석이 가려질 공산이 크다.
변화는 기술업계 얼리어답터로 분류되는 한국 시장에도 가시화될 수 있다. 2년전 한국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 들어선 퓨어스토리지는 크고 작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올플래시스토리지 기업 가운데 사라질 곳은 사라지겠지만, 자신들은 그 후보들과 거리가 멀다고 믿는 분위기다. 오히려 매출 기준 국내 업계 3위를 기대 중이다.
강민우 퓨어스토리지코리아 대표는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송년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IPO 이후 공개된 본사 실적의 공고함과 글로벌 고객 보유 현황, 국내외 조직 규모의 성장세를 제시했다. 동시에 비슷한 올플래시스토리지 전문업체로 분류되면서 한국 시장에도 함께 진입한 바이올린메모리와 님블스토리지와의 '수준 차이'를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올 3분기 퓨어스토리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0% 성장하는 동안 님블스토리지는 147% 늘었고 바이올린메모리는 42% 하락했다. 님블스토리지의 실적발표 후 퓨어스토리지와 여러 경쟁사 주가가 동반 하락했는데, 이후 퓨어스토리지 주가는 자체 실적 공개 후 기존 수준으로 회복된 반면 님블스토리지는 떨어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 대표는 "퓨어스토리지는 이전부터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고 델에 OEM 생산을 맡겼던 하드웨어도 자체 설계 및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마진이 종전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바이올린메모리나 솔리드파이어를 비롯한 올플래시스토리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원가 및 마진 구조를 갖춰 분석가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경제에선 자본이 있어야 제품 개발, 유지보수, 인력 충원, 개발자 확보와 제품 개선이 가능한데 한국에는 없지만 시장에서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 카미나리오 등은 (그런 자본이 없어) 향후 크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런 회사들은 큰 회사에 인수합병되거나 시장에서 사장되는 시기가 올 거라 보고, 최근 넷앱에 인수된 솔리드파이어의 사례가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내년 기업용 스토리지시장에서의 올플래시스토리지 사업 전략을 5가지 기술 및 서비스 혁신으로 요약해 전했다. 특히 낸드플래시를 수직적층하는 구조로 집적도과 내구성과 속도를 높이고 전력소비를 낮춘 '3D V낸드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통해 이미 디스크대비 저렴한 용량당 가격수준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의 5개 혁신은 ▲고객 인프라의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리는 '퓨어1 글로벌인사이트' ▲실사용 용량 추이를 모니터링해 선제 대응을 돕는 '퓨어1 용량플래너' ▲삼성전자 3D TLC 낸드플래시로 확 줄인 용량당 가격 기반의 '에버그린스토리지' ▲인프라 개선 효과를 대시보드로 보여주는 '퓨어 리더보드' ▲오라클과 SAP솔루션을 올플래시 탑재 통합시스템으로 제공하는 '플래시스택 컨버지드인프라(CI)'다.
강 대표는 그간 한국 시장에서 퓨어스토리지의 사업 성과에 제기된 비판에도 직접 해명했다. 그간 퓨어스토리지코리아는 거대 공급업체 대비 기술지원 인력이 부족해 고객 요청에 대응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인식을 받아 왔고, 제품을 많이 공급하는데 급급해 수익성과 매출을 희생하고 있으며, 실제 국내 제품 공급성과에 비해 한국지사 인력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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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스토리지 본사는 2009년 설립돼 올초 직원규모 1천여명에서 현재 1천500명 수준으로 폭증했으며, 한국지사 인력도 30명으로 한국에 진입 3년차 글로벌 기술업체 치곤 대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린메모리, 솔리드파이어, 님블스토리지 등에 비해서도 대여섯배 이상 많은 편이다. 한국지사의 매출기여 지분은 본사 2% 수준에 달하는 인력규모에도 상응한다는 게 강 대표의 언급이다.
강 대표는 "한국 매출을 따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미 '몇백억' 정도라, 우리가 이미 상위 5대 업체 안에 들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대략 연간 4천억~5천억원 사이로 보는 전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EMC가 2천500억~2천800억원 정도로 1위, 히타치(HDS)가 그 절반 수준으로 2위고, 퓨어스토리지는 이 기준이면 우리가 내년에 톱3에 들 수 있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