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결산]분쟁과 봉합, 또 다른 협력

올해 게임업계를 되돌아보면, 다사다난이었다. 게임사간 분쟁과 소송 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협력사의 탄생 등 수많은 이슈가 있었다.

우선 올해 가장 핫한 이슈를 꼽아보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한 이후인 지난 1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넥슨이 가지고 있었던 엔씨소프트의 지분률은 총 15.08%였다.

그러나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두 회사의 불편한 관계는 끝이 난 상태다. 지난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보유 지분 전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지 약 3년만의 일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NXC, 넥슨지주회사))가 대학 선?후배 관계라는 것이 부각, 개인 간의 갈등으로 확대 재해석되기도 했다.

김정주 NXC 대표(좌)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우).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분쟁 봉합은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려 했던 사업이 삐거덕거리며 잡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애초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지분 거래를 했던 것은 해외 유명 게임사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하기 위해서로 전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산됐다.

또한 두 회사가 진행했던 마비노기2(가칭)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백지화되면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려웠다.

김택진 엔씨소프트대표 (좌)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우)

이에 대해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는 넥슨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플레이’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것은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라고 회상하며 일각에서 바라봤던 개인 간의 갈등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는 또 다른 협력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각사의 지분 취득으로 끈끈한 피를 섞었기 때문. 일종의 혈맹이었다. 이를 계기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종결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 2월 엔씨소프트는 당시 넷마블게임즈의 신주 9.8%를 3천800억원 인수, 넷마블게임즈의 4대 주주가 됐다. 또 같은 날 넷마블게임즈는 3천900억 원을 규모의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를 인수하면서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2월 17일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각사의 지분 취득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넷마블게임즈의 글로벌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을 담당,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 계획을 공개하는 등 두 회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혈맹은 곧 게임이란 결과물로 나올 예정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이 한창이다. 프로젝트S(가칭)다.

네오이녹스엔모크스.

물론 최근까지 분쟁이 진행된 곳도 있었다. 네오이녹스엔모크스(구 네오아레나)와 이 회사를 설립했던 박진환 씨의 법적 다툼이다. 법원은 지난 28일 박진환 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금지가처분 신청 중 유지청구권에 기한 부분을 각하하고,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박진환 씨는 박종희 네오이녹스엔포크스 전 대표를 상대로 주식양수도 대금 가운데 잔금 27억 원에 대한 원상회복 청구소송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웹젠.

여기에 키야트게임즈아이앤씨와 레드사하라스튜디오의 법적 분쟁도 있었다. 이달 초 키야트게임즈아이앤씨는 레드사하라스튜디오가 자사와 맺은 모바일게임 불멸의전사 퍼블리싱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전혀 다른 회사지만, 특별한 인연을 통해 손을 맞잡은 게임사도 눈에 띄었다. IP 공유를 통한 게임 개발 및 서비스다. 일부 게임사는 이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웹젠은 올해 킹넷과의 계약을 통해 탄생한 뮤IP 기반 뮤오리진(중국명 전민기적)으로 재도약에 성공했고, 와이디온라인은 유명 웹툰 IP 갓오브하이스쿨로 만든 동명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했다.

IP 협력을 통한 게임 사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된다.

게임빌은 엑스엘게임즈의 대표 온라인 게임 아키에지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신작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스마일게이트는 텐센트와 룽투코리아가 자사의 크로스파이어IP를 활용해 모바일 슈팅 게임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NHN엔터테인먼트와 와이디온라인은 각각 유명 웹툰인 신의탑과 노블레스의 IP로 만들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신작을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