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글로벌 톱 노린다

세계 최대 바이오 플랜트 착공…2018년 1위 목표

홈&모바일입력 :2015/12/21 16:37    수정: 2015/12/22 07:30

정현정 기자

<송도(인천)=정현정 기자>삼성이 바이오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CMO) 1위라는 공격적인 목표도 세웠다.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사업 진출을 천명하고 2011년 4월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지 5년 만이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펼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1위로 도약한 노하우를 그대로 바이오 사업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현재 일반화된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바이오 제약 회사들이 자체 투자 대신 위탁 생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 의약품 제조 강국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삼성은 일찌감치 바이오를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하고 계열사들을 합치는 등 고강도 사업재편에 나서는 와중에도 바이오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제1공장을 건설하던 때는 바이오 의약품 업계의 공급 과잉이 극한 상황이었다. 경쟁사들이 모두 설비 증설에 몸을 사리던 때였지만 삼성은 미래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25개월 만에 3만리터 규모의 1공장을 완공하고 스위스 로슈와 미국 BMS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수주하면서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1월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무결점 공장으로 인증 받으며 공식 생산 승인을 취득하기도 했다.

1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시장 수요도 늘었다. 여전히 경쟁사들은 공장 증설에 소극적인 상황이었지만 삼성은 15만리터 제2공장 건설로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처음 15만리터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때 고객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35년 산업 역사에서 15만리터 규모 단일 공장을 온전하게 가동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경험도 없는 삼성이 업계 표준인 9만리터도 아닌 15만리터 공장을 짓는다고 하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우려 속에도 삼성은 성공적으로 제2공장을 완공했고 내년 초 정상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발파식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번에 착공하는 제3공장은 건설부지 면적만 9만7천㎡, 연건축면적만 3만3천평에 이르는 메머드급 공장이다. 총 8천500억원이 투자돼 단일 바이오 플랜트로 세계 최대인 18만리터 설비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효율성을 갖춘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다. 당초 3공장 역시 15만리터 규모로 제2공장의 복사판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삼성은 미래 공급부족 상황을 예견하고 18만리터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특히 제3공장은 업계 절반 정도 수준의 투자비로도 독창적인 이중화 설계로 유지 보수를 위한 셧다운이 필요없어 실제 생산능력은 2공장 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3공장이 완공돼 2018년 4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이 36만리터로 증가해 론자(26만리터), 베링거잉겔하임(24만리터)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제3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5년에는 매출 2조원 돌파와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이 연이은 과감한 결단의 배경에는 반도체 1위의 자신감이 작용했다. 바이오 CMO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대행하는 아웃소싱 업체를 말한다. 반도체의 파운드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여러 면에서 반도체 사업과 닮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끊임없는 공정개선을 통해 규모와 생산효율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을 유지지하면서 치킨게임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바이오 사업에서도 반도체와 정밀화학 등 분야에서 쌓은 디보틀네킹(공정개선과 생산효율화를 통한 생산량 증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 단가과 공기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론 낮추면서 생산능력은 최대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바이오 의약품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처음 뛰어들었던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전자회사들이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전문 회사가 저렴한 가격에 반도체 공급을 시작하면서 현재의 반도체 위탁 생산 체제가 자리잡았다.

현재 CMO 업계에서 위탁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30% 수준으로 나머지 70%는 바이오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가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효율적인 전문 생산 체제를 구축하면 2020년 이후에는 바이오 제약 회사들도 대규모 플랜트 투자를 통해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위탁 생산을 선택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이후가 되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처음 시장 진출 당시 110개 규모였던 바이오 의약품 숫자는 현재 230개로 늘어난 상태로 2020년이 되면 다시 35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공급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쟁사들이 쉽사리 증설 투자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쟁사 대비 절반 정도의 투자비로 지어진 공장에서 대규모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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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은 부지에 4, 5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는 별개로 상장 등 여러 방안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020년까지 생산능력과 매출, 이익 면에서 모두 1위에 올라 CMO 업계를 압도하는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궁극적으로는 바이오의약품도 경쟁력있는 플랜트를 기반으로 엄청난 이익과 매출을 내는 반도체처럼 큰 신화를 이룰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