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으로 가는 옐로모바일 號

기자수첩입력 :2015/12/16 15:45    수정: 2015/12/16 15:45

옐로모바일이 업계가 우려하는 대로 ‘오합지졸’의 단면을 보여줬다. 80개에 가까운 자회사들이 얼마나 따로 노는지, 소통이 부재한지를 기자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연간 7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고소, 고발을 당한다고 한다. 이 중 기소율은 20.7%에 그쳐 고소, 고발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마음에 안 들면 일단 고소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기자도 황당한 고소 ‘협박’을 받았다. 11개월 전 출고된 보도자료 기사 내용을 삭제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이를 거부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데스크의 검토를 거쳐 정정하는 것이 맞다. 언론이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그런데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한 업체는 매우 이례적이다 못해 희귀하다. 올 1월 자기네 계열사가 보낸 보도자료의 내용이 틀리니 다짜고짜 삭제해달라는 으름장을 놨다. 취재기사도 아니고 보도자료, 즉 본인들의 회사가 작성한 홍보성 기사를 11개월이나 지나서야 삭제해 달라는 배경도 궁금했지만 이를 거부하면 법대로 하겠다니 순간 이들이 어느 별에서 왔나 싶었다.

이들의 사연을 풀어 정리하면 복잡하다. 일단 복잡한 회사 족보와 정체성부터 설명해야 한다.

ICT업계에서 모르면 간첩으로 불러도 좋을 회사가 있다. ‘공룡 벤처’로 불리는 벤처 연합 ‘옐로모바일’이다. 기업가치만 1조5천억에 달한다. 80개에 가까운 회사들이 옐로모바일이란 배에 승선해 있다. 한배를 타고 신대륙을 찾아 각자의 노를 저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는 회사로 정리하면 적절한 비유이지 싶다.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회사 ‘스프링웍스’도 이 중 하나다.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YDM)은 올 1월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회사인 이모션이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솔루션 회사인 스프링웍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한다. 해당 자료에는 회사 소개와, 양사가 앞으로 글로벌 마케팅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거창한 비전까지 제시돼 있다.

그런데 스프링웍스는 해당 자료가 보도된 시점으로부터 11개월이 지난 현재 돌연 불만을 제기한다. 요점은 “우린 이모션에 인수된 게 아니라, 이모션의 모회사인 YDM에 인수됐다”는 주장이다. 비유하자면 옐로모바일 배에 탄 한 꼬마가 노를 열심히 젓다 뒤늦게 ‘진짜 엄마’는 따로 있다며 이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것도 배에 키를 쥐고 있는 선장과 말 한마디 없이 ‘중2병’ 걸린 사춘기 마냥 독단적인 행동이다. 알고 보니 계약 과정에서 인수 주체가 바뀐 모양이다.

앞서 언급했듯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이는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반드시 정정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외부에서 발생됐다면 여느 일과 마찬가지로 형식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특히나 본인들이 보낸 보도자료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잘못을 야기한 주체가 기사 정정을 언론사에 요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기자는 이 부분을 설명했을 뿐인데, 회사는 이를 두고 “기사 삭제 불가”로 이해한 모양이다. 흥분해서는 법대로 하겠단다.

결국 이 해프닝은 부모인 옐로모바일이 철없이 나선 손자뻘을 훈계하는 것으로 진화됐다. “모르면 가만있으라” 정도의 질책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 사과도 했다.

그런데 철부지 어린이는 원래 뭘 모른다. 종종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당연히 절차나 형식 따윈 더더욱 모른다. 반항기에는 가끔 제 부모도 몰라본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큰 잘못을 해도 “뭘 모르니까”, “아직 어리니까”로 이해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옐로모바일은 다르다. 80개에 가까운 회사를 끌고 가는 수장이다.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본인들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무턱대고 삭제해 달라고 한 이 단적인 돌출 사례는 옐로모바일의 현주소다. 안 그래도 오합지졸로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 섞인 시각을 사실이라고 ‘셀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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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어디에 인수됐는지도 모르고, 보도자료 기사를 누가 언론사에 배포했는지도 모르고, 민원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그러고선 다짜고짜 고소란 말을 내뱉는다. 회사 간 소통의 부재, 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자의 판단이 내심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길 바란다.

걱정스런 마음에 생각해본다. 이 배가 어디로 갈까. 잦은 외풍이 불고 거센 파도는 치는데 노를 젓는 선원들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따로 놀고 있다. 통제가 안 된다. 선장은 어디 있나. 한마디로 옐로모바일은 사공은 많은데 선장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