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 가도 되는 '모바일 은행' 써보니…

방향은 긍정적 디테일은 보완할 필요

컴퓨팅입력 :2015/12/03 16:38    수정: 2015/12/03 17:25

손경호 기자

신한은행이 2일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통장계좌 개설, 대출, 송금 등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를 공개했다. 기자가 직접 써본 결과 방향은 긍정적이나 디테일에선 보완할 점들도 눈에 띈다. 써니뱅크는 현재 안드로이드앱으로만 나와 있다. iOS 버전은 향후 공개될 예정이다.

기자가 직접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실행해 본 써니뱅크는 금융위원회가 권고해 온 비대면 실명확인을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써니뱅크를 통해 대출을 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계좌개설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있었다.현재 방식에서는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먼저 받아야지만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전과 다른 혁신적인 모바일뱅크를 기대했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개선된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이 신한S뱅크 외에 스마트폰으로 간편대출, 환전, 외화송금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써니뱅크를 새롭게 내놨지만 기존 신한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들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들이 대폭 감소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측은 "서비스 초기 운영의 안정성과 대포통장 방지 등을 위해 대출승인 고객에 대해서만 계좌개설이 가능하나 앞으로 계좌개설 대상 고객을 확대하고, 전자금융서비스 등 은행업무 전반에 대해 비대면 실명확인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해 봤다. 기본정보를 입력해 전송받은 휴대폰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 간편로그인용 6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절차가 끝난다. 회원가입 뒤에는 신한은행 계좌에 대한 조회/출금 외에 환전, 송금, 대출 등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에 계좌가 없는 사용자들은 다른 은행에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이용 가능하다.

로그인 뒤 써니뱅크앱이 제공하는 대출상품인 '써니 모바일간편대출'을 신청해 봤다. 아직 신한은행 계좌가 없기 때문에 '신한은행 미거래 고객'으로 선택하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입력창과 함께 대출진행절차가 표시된다.

써니 모바일 간편대출을 신청하면 신한은행 거래고객이 아닌 경우, 이전에 다른 은행에서 사용하던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해야한다.

기본 신상정보를 입력한 뒤에 해야하는 일은 타행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는 절차다. 그리고 고객정보를 입력하면 대출심사가 진행된다. 끝으로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치면 대출신청절차가 마무리 된다. 대출신청 절차가 끝났다고 대출이 바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대출한도는 500만원 이내, 총부채 2천만원이하에 신용카드를 보유 중인 개인이 대상이며, 금리는 최저 연 5.34% 수준이다.

신한은행 계좌가 없는 경우 써니 모바일간편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서비스는 모두 인터넷뱅킹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직접 은행 지점에 방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간편해외송금의 경우에는 훨씬 편리한 절차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해 신한은행은 금융위 권고안 중 신분증을 촬영해 보낸 뒤 다시 상담사와 영상통화를 통해 신분증이 본인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2천달러 이하 금액을 별도의 지급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수수료 없이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신한은행 계좌가 없는 미거래 고객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시간 내에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이 송금을 신청할 경우 지점에 방문해 거래외국환은행을 따로 지정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신한은행이 기존에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앱인 신한S뱅크에서 간편대출/환전 메뉴를 클릭하면 써니뱅크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신한S뱅크 스피드업'이라는 별도 앱을 통해 구현했던 환전 업무를 써니뱅크로 이전한 것이다.

NFC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20여년만에 대면확인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게 된 시도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본인확인을 위해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야만 하는 탓에 써니뱅크 역시 인증 첫 단계에 휴대폰 인증을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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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에서부터 각종 금융 업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직접 창구에 방문하지 않고 구현되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핵심기술 중 하나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써니뱅크가 창구에 방문할 필요가 없는 은행 역할을 온전히 대신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한은행을 포함해 보수적이라고 알려졌던 은행들의 새로운 시도는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주목할만한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