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새 승부수…'申-高 라인'

격변기 대응책으로 '안정 속 혁신' 택한 듯

홈&모바일입력 :2015/12/01 11:09    수정: 2015/12/01 11:11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신종균 IM부문장-고동진 무선사업부장' 체제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안정 속의 혁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신화를 이끈 신종균 사장의 역할을 재신임하는 동시에 갤럭시S6·노트5 개발을 주도한 고동진 무선개발실장을 무선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중책을 맡긴 것이다.

두 경영진의 역할 분담과 시너지를 통해 '안정 속의 혁신' 전략으로 격변기를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1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무선사업부 새 수장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동안 IM부문장 대표이사와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해왔던 신종균 사장은 이번 인사로 겸직을 해제하고 IM부문장 대표직만을 유지하게 됐다.

1961년생인 고 내정자는 경성고와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술기획 업무를 시작으로 무선사업부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갤럭시의 성공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특히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전자 인사팀과 삼성그룹 비서실 인력팀에서 근무하며 인사 관련 보직을 거쳤던 이색 이력도 있다.

또 정보통신부문의 유럽연구소장을 역임하며 GSM 칩셋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차별화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녹스와 삼성페이 등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종균 IM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겸직하고 있던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주고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하게 됐다.

삼성그룹 연말 인사에서 IM부문장에 유임된 신종균 사장(왼쪽)과 사장으로 승진해 새롭게 무선사업부장을 맡게된 고동진 내정자 (사진=삼성)

이번 인사에 대해 업계는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관록의 신 사장을 유임해 전체 판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고속성장과 정체기를 거쳐 격변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장수를 발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또 스마트폰 분야에서 ‘포스트 신종균’을 키우기 위한 과도기 수순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신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무선개발실장(부사장)에서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되면서 휴대전화 사업을 맡아 7년 가까이 이끌어왔다. 특히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던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1등으로 반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5’가 저조한 판매를 기록해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듯 했다. 때문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교체설이 나왔지만 삼성그룹은 "신종균 사장은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서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유임시켰다.

올해 신 사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제로(O)에서 다시 시작한 제품이라는 뜻으로 ‘올 뉴 갤럭시’라고 소개한 갤럭시S6 시리즈와 대화면폰 신제품 갤럭시노트5, 첫 원형 스마트워치 ‘기어S2’,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조원대로 줄어든 IM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까지도 2조원대에 머물면서 스마트폰 사업 대응 전략에 변화를 위해 연말 인사를 앞두고 신 사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했지만 또 재신임을 받게 됐다.

계속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보아 삼성 측은 최근 갤럭시의 부진이 신 사장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고 파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관록의 신종균-혁신의 고동진' 라인을 구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M부문 전체로 보면 신종균 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이끄는 동시에 고동진 사장과 김영기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와 네트워크사업부를 각각 이끄는 형태다. 무선사업의 경우 신종균 사장이 시장 전체를 아울러 보면서 큰 그림을 보는 가운데 고동진 사장이 제품 혁신에 좀 더 주안점을 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업계관계자는 "전세계 많은 거래선들이 있는데 그동안 주로 개발업무를 맡았던 신임 사장이 당장 이를 관리하며 영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종균 사장이 총괄사장 개념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전체적인 사업을 이끌면 고동진 사장이 제품 개발에 보다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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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고 라인’은 스마트폰 사업을 맡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싸워 수익성을 회복하고 업계 선두 자리를 확실히 하면서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해 점유율을 방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선사업부 사업 영역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녹스와 삼성페이 등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확장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력 확보도 과제다. 또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해진 IM 부문에 대한 개편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는 무선, 반도체 등 핵심제품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을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기술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인사원칙 확인했다"면서 고 사장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물론 녹스, 삼성페이 등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무선사업의 제 2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