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VM웨어와 합작사 설립 철회"…클라우드 사업 암초?

컴퓨팅입력 :2015/11/30 17:07    수정: 2015/12/01 08:58

EMC가 VM웨어와의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폐기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춘 '버추스트림(Virtustream)' 사업 지분을 EMC와 VM웨어가 반씩 나눠 갖는 당초 구상 대신, EMC가 경영권을 갖는다는 소식이다.

지난주 외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근거 삼은 로이터의 24일자 단독 보도를 인용해 EMC와 VM웨어의 클라우드 합작법인 사업 계획이 기존 발표 내용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증시 애널리스트는 이게 EMC가 증시 변동에 따른 VM웨어의 부담을 줄이려는 거라고 분석했다.

EMC가 VM웨어와의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폐기할 것이란 루머가 나왔다. 델 인수 합병 계획으로 VM웨어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주들이 합병 동의를 위해 내건 조건 때문으로 추정된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델, EMC, 버추스트림, VM웨어 로고.

앞서 EMC는 자회사 VM웨어와 함께 지분비율 50대 50의 클라우드서비스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합작법인은 지난 5월 EMC에 인수된 클라우드 관리 소프트웨어(SW) 업체 버추스트림의 간판을 달고 향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힘을 쏟기로 했다.

로드니 로저스 전 버추스트림 최고경영자(CEO)가 합작법인 운영을 계속 맡을 것으로 예고됐다. 당시 그는 버추스트림이 글로벌 상위 5대 서비스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버추스트림이 내년 수억달러 규모의 순환 매출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참조링크: EMC, VMware form cloud unit built on Virtustream]

그런데 로이터는 약 1개월만에 공식발표를 뒤집는 루머를 기사화했다. 보도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인물들이 말하길, EMC가 버추스트림 다수 지분(majority stake)을 보유하고, VM웨어와 클라우드서비스 조인트벤처를 세워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계획을 폐기할 것"이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계획은 EMC가 버추스트림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해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을 떠안고, VM웨어는 버추스트림의 나머지 일부 지분만 보유하는 형태다. EMC와 VM웨어는 모두 관련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 계획은 이르면 내달초 공식 발표된다.

[☞참조링크: Exclusive: EMC to keep majority stake in Virtustream - sources]

EMC가 VM웨어와의 합작투자 계획을 포기한 게 사실이라면, 유력한 근본 배경은 지난달 12일 발표된 델의 EMC 인수합병 계획이다. 간단히 말하면 델의 인수계획 발표 후 EMC와 VM웨어 주가가 모두 떨어졌는데, 합작법인 설립은 주주 손해를 더 키운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 24일 경제뉴스를 다루는 블로그사이트 '비드니스ETC'에 보도에 따르면 EMC 주가는 2015 회계연도를 시작한 이래로 지난 8월하순 52주차까지 15% 하락해 22.66달러를 밑돌았다. 또 델의 EMC 인수계획 발표 후 그 자회사 VM웨어 주가도 26% 이상 떨어졌다.

[☞참조링크: EMC Corporation Having Second Thoughts On JV With VMware]

EMC 주가 하락은 장기적 부진에 따른 것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모회사 EMC보다 잘 나가던 VM웨어의 주가가 4분의 1이나 떨어져나간 배경이 뭐였을까. 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에 인용된 번스타인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인 토니 사코나지의 분석노트 설명은 다음과 같다.

"VM웨어 주가 하락 최대 요인은 EMC 인수 완료 후 회사가 델의 지배에 놓인다는 점이다. 특히 델은 VM웨어의 지분 30%만으로 VM웨어의 의결권 97% 가량을 행사하게 된다. 이는 VM웨어가 EMC와 합작투자로 진행할 버추스트림 사업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을 키웠다."

[☞참조링크: Dell-EMC deal difficulties: VMware and daddy postpone roadtrip]

이런 얘기다. VM웨어 사업은 상호 경쟁하는 업체 각각에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벤더 중립성'에 기반한다. 모회사 EMC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스토리지 업체들과의 협력도 원활했다는 점이 이를 보증했다. 델이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허용할 지에 큰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불확실성을 하나 더 짚자면, 기존 EMC 주주들에게 델의 인수 후 약속된 VM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델 계획상 EMC 주주들은 주당 24.05달러 '현금'과 VM웨어 트래킹주식 '0.111주'를 합쳐 대략 33.15달러를 받게 돼 있었다.

[☞관련기사: '세기의 빅딜' 델, EMC 670억달러에 인수]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지금 VM웨어의 가치가 떨어지는 중이다. 델이 인수를 마친 뒤 VM웨어 트래킹주식이 제값에 발행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태다. VM웨어의 의결권을 거의 다 갖고 있는 델의 재량에 달린 셈인데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할만한 장치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로이터의 단독보도가 나왔던 날, 일부 EMC 주주들이 EMC와 델의 인수합병 계약 내용에 3가지 변경안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 왔다. IT미디어 리코드는 이들이 양사간 거래에 동의하기 위한 단서 조건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참조링크: EMC and VMware Shareholders Demand Changes to Dell Buyout Deal]

리코드 보도에 익명으로 인용된 EMC 주식 수백만주를 보유한 기업 주주측은 "EMC와 델은 인수합병 계약을 개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반대하는 쪽에 투표할 것이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반대하는 쪽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EMC 주주들이 제시한 조건은 ▲VM웨어가 30억달러치 규모의 자사주매입을 단행할 것 ▲EMC와 VM웨어가 델의 인수계획 발표 후 불과 8일만에 예고한 버추스트림 사업 계획을 철회할 것 ▲VM웨어 트래킹주식 보유 권리를 일반주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줄 것, 3가지다.

로이터 보도가 사실이라면, 리코드의 보도는 EMC 경영진들이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받아들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내달초 EMC가 정말로 버추스트림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고 발표한다면, VM웨어의 자사주매입 등 나머지 요구사항이 반영될지도 지켜볼 만하다.

한국에선 어떨까? 아직 본사의 합병조차 본격화하지 않은 시점이라, 한국EMC나 델코리아의 관계나 VM웨어코리아의 사업 방향을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조직 차원의 불확실성에 따라, 한국EMC가 내년 강화를 예고한 버추스트림 사업을 꾸리는 데 다소 난항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EMC "VM웨어-버추스트림, 경쟁 아닌 보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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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MC는 본사의 델 인수합병 관련 소식이 나오기 전인 지난 9월초, 한국에서 하이브리드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버추스트림 담당 클라우드 사업 전담인력을 적어도 10명 뽑겠다고 예고하고, VM웨어코리아와의 협력을 암시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