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무서운 속도로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동반자 로봇부터 살인로봇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게다가 저널리즘 영역에선 이미 로봇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AP는 지난 해 7월부터 기업들의 분기 실적 기사를 로봇들이 처리하고 있다. 대신 ’사람’ 기자들은 좀 더 고부가가치 기사를 써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로봇들이 점차 인간의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시대에 과연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이냐는 질문. 어쩌면 이 질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존재론적 성찰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로봇 시대에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기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직업적 생존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요건이 될”(15쪽)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퀴즈 대결 <제퍼디 쇼>에서 인간 퀴즈왕을 꺾은 IBM의 컴퓨터 왓슨, 2014년 마침내 튜링 테스트를 최초로 통과한 인공지능 유진 구스트만, 2015년 다르파 재난구조 로봇 대회에서 여덟 개 임무를 44분 만에 완수한 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빠르고 저렴한 무인 공중배달 시스템의 미래를 선보인 아마존의 드론 택배 등 숨 가쁜 변화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화와 자동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든 기술은 결국 그동안 해당 업무를 수행해온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난다.” (127쪽)
목차를 한번 훑어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언자동차의 등장,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더 위험하다?’거나 ‘자동번역시대,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같은 물음은 누구나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들이다.
‘제2의 기계 시대, 내 직업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까’란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예전엔 경쟁력을 갖고 있던 분야 중 상당 부분이 로봇의 영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저널리즘 영역에선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 사실보도에만 천착할 경우엔 더 이상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연구가 좀 더 쌓일 경우엔 단순 통번역은 로봇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맞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만 할까? 언뜻 보면 다소 멀어보이는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질문과 정면으로 맞서는 과정을 통해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한 단계 더 높은 경쟁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로봇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관련기사
- 성인영화 팬들, VR헤드셋에 '푹' 빠질까2015.11.30
- 꼴등 로봇 '휴보' 일등으로 바꾼 SW의 힘2015.11.30
- 구글 전투로봇, 美 해병대와 합동 작전 '화제'2015.11.30
- 로봇은 '인간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2015.11.30
“똑똑한 기계가 우리의 지능을 넘어서고 많은 영역에서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사람만이 해야 하는 영역은 여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는 방법은 경쟁이 아닌 공존과 공생이다. 똑똑한 기계와 경쟁하려 하기보다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속성 그리고 그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아는 것이 먼저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미래를 살아간다. 사람이 모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여전히 그 무엇드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이다. (327쪽)
(구본권 지음/ 어크로스,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