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행거리가 최대 단점이었던 전기차가 달라지고 있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린 전기차들이 잇따라 공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제기된 전기차 위기론이 서서히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6월 주행거리 확장기술이 탑재된 티볼리 EVR 전기차를 공개했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4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전기차 평균 주행 가능 거리인 200km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미 기아차 쏘울, 레이 전기차를 출시한 경험이 있는 현대·기아차는 내년초 주행거리를 늘린 준중형 AE 전기차 출시로 친환경 시장에 한 발 더 다가선다는 복안이다. 쏘울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148km, 레이의 경우 91km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는 AE를 포함해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300km가 넘는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저유가 시대 고통 겪었던 전기차 시장
전기차 위기론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당시 미국 자동차 전문 분석 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 중 22%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보다 무려 4%나 늘어난 수치다.
에드먼즈닷컴은 이같은 수치가 저유가 시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미국 평균 휘발유 값은 1갤론당 2.27달러로 지난 2012년 평균 4.67달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위기론이 제기되자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알려진 닛산 리프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한 4천대가 판매됐다. 소비자들이 저유가시대로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 운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차에 달려있는 전기차 시장 발전 가능성
최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평균 400km까지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공개하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만큼, 전기차 위기론은 점차 가라앉을 전망이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이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같은 예상에 무게를 더한다.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기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아우디는 지난 8월 LG화학과 삼성SDI와 손잡고 한번 충전으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500Km는 기존 내연기관 승용차와 동등한 수준의 주행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갔다가 대구로 올라올 수 있는 거리다.
현대·기아차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은 최근 열린 현대차 ‘마음드림’ 행사에서 "전기차는 주행거리 개선이 핵심"이라며 "미래 전지로 꼽히는 고체 전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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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발전은 같은 친환경차인 수소차 시장의 확대 추세와 궤를 같이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소차는 평균 30분 이상 걸리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짧고(3분 이내 가능), 평균적으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차, 토요타 중심의 수소차 시장에 메르세데스-벤츠, GM, 혼다 등 다양한 업체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평균 6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신형 수소차 모델을 개발 중이다. 1억원대에 육박했던 수소차 가격도 향후 낮춰질 것으로 보여 주행거리와 가격 등을 놓고 수소차와 전기차간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