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비뱅크', 기존에 없던 금융 서비스 올인

스마트금융부 고정현 부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5/11/23 17:15

손경호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에 앞서 등장한 일명 '모바일뱅크'는 그동안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제1금융권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까지 안정성을 중시하는 주요 은행들 입장에서는 위험부담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영역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 중 가장 빠르게 스마트폰만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 곳은 위비뱅크를 서비스하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현재까지 개인모바일신용대출 1만건(410억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SOHO모바일신용대출 500건(500억원)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일반적인 대출 심사에는 소득을 확인하기위해 재직증명서를 포함한 여러가지 서류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한다. 더구나 이런 서류를 받아 확인하고,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조회한 신용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대출 신청자의 정확한 신용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전까지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고정현 부장.

■위비뱅크 중금리 대출...숨은 기술 뭐길래

그런데도 우리은행은 온라인에서만 대출 심사가 이뤄지는 위비뱅크로 모바일신용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만난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고정현 부장은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물론 우리은행만이 아니라 서울보증보험, 나이스신용정보, 핀테크 스타트업인 희남과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위비뱅크는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받는 대신 대출 신청자의 동의를 받아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직접 필요한 자료들을 확보한다. 그 뒤에 이러한 정보를 서울보증보험과 공동으로 평가해 신용등급을 산정한 뒤 대출을 이행한다. 대부분 오프라인 서류를 재확인하고 나서야 대출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중간과정 없이 빠르게 대출심사가 가능케 된다.

고 부장은 "일부 시중은행이 모바일뱅킹에서 대출 서비스를 해주고는 있지만 이 역시 팩스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위비뱅크 모바일대출의 경우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24시간 365일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모바일대출의 경우 접수만 받고 이후 실제 대출은 영업시간에만 이뤄졌으나 이런 지연시간까지 없앤 것이다.

우리은행 본점에서도 위비뱅크 캐릭터를 볼 수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상권분석으로 정교함 더해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하는 SOHO모바일신용대출은 사업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기술을 썼다. 고 부장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들이 대출신청을 하면 직접 은행 담당자들이 해당 사업장에 방문해 유동인구는 물론 역세권에 위치했는지, 주변에 동종 사업자가 없는지 등을 파악한다.

위비뱅크는 이러한 현장실사를 과감히 없앴다. 대신 국세청과 비씨카드 가맹점 280만곳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썼다. 이 과정에서 나이스신용평가정보의 사업성평가지수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인 희남이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분석해 처리하는 스크래핑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사업자를 특정해서 신용정보를 별도로 조회하기가 어렵다. 위비뱅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개 행정동을 100개 지역, 36만블록으로 구분해 기본적인 상권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다음으로 대출을 신청한 사업자가 속해 있는 주변 상권을 분석한 뒤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대출을 승인했다. 위비뱅크는 해당 점포 주변상권을 기준으로 성장성, 안정성(사업유지가능성), 밀집도(경쟁점포수), 구매력(단골고객비중), 집객력(접근성)을 각각 10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예를들어 회현동 소재 안경점이 대출을 신청한다면 국세청을 통한 세금납부내역과 비씨카드결제내역을 통한 대략적인 매출규모를 확인한 뒤 주변 상권에 안경점이 몇 개가 있는지, 역세권에 있는지 등 정보를 종합해 신용도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코리아크레딧뷰로 등이 제공하는 신용등급에 대한 조회도 포함된다.

위비뱅크는 최근에는 직장인모바일신용대출까지 내놓으면서 서류 없이 심사시간이 필요없는 대출 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위비뱅크는 우리은행 본점 내에 별도 사무실에서 전화상담직원을 포함해 약 10여명 직원들이 독립적인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중이다.

■"은행서 안 하는 서비스 발굴이 목표"

고 부장은 "위비뱅크는 기존 은행들이 안 하던 서비스를 하기위해 만든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글로벌 금융그룹인 BNP파리바가 만든 헬로뱅크를 벤치마킹했다. 이 은행은 아예 개인 휴대폰번호로 계좌번호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위비뱅크도 앞으로도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하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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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도들은 기존 은행 업무에서도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 부장은 "서류 없는 모바일신용대출에 적용된 방식을 내년부터는 우리은행 창구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출현은 언뜻 보면 기존 은행들에게는 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 부장은 "금융이 자기잠식을 두려워하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는 물론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들까지 한국에 상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