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85만 알뜰폰 가입자 어디로 가나

SK텔링크로 이관 가능성 커..."SKT, 이통 점유율 50% 넘어"

방송/통신입력 :2015/11/05 06:00    수정: 2015/11/05 09:02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함으로써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시 50%의 시장점유율을 되찾아오며 시장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게 됐다.”

“CJ헬로비전 가입자가 SK계열로 편입될 경우 그동안 경쟁 활성화를 바탕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했던 지난 수년간의 정부정책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85만명에 이르는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처리를 놓고 SK텔레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은 물론 경쟁사들이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85만3천185명, SK텔링크는 85만357명으로 알뜰폰 전체 가입자 560만765명의 총 30.41%를 차지한다.

이동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규제 상한선인 50%에는 한 참 못 미치는 수치다.

알뜰폰

■ 정부 알뜰폰 정책 원점으로 회귀

경쟁사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가입자 편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유는, 그동안 독과점 구조가 해소돼 가고 있던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CJ헬로비전 가입자가 SK계열 가입자로 편입될 경우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약 51.5%로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그동안 5:3:2로 대표되는 고착화된 시장경쟁 구도를 깨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경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성과물중에 하나가 알뜰폰 정책이다. 알뜰폰 시장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정부의 경쟁활성화 정책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로, 알뜰폰 시장에서 사실상 1위 사업자로 부상하면서 시장구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 수년 동안 이동통신 재판매(MVNO) 정책을 알뜰폰으로 전환해 경쟁 활성화 정책을 펴왔는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이것이 한 방에 무너졌다”며 “CJ헬로비전 가입자가 어떻게 되느냐는 그 다음 이슈이고 근본적으로는 이동통신시장이 다시 독과점 구조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KT-SK망 쓰는 85만 가입자 어디로?

규제 이슈 등을 고려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를 타 사업자에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타 알뜰폰 사업자와 달리 CJ헬로비전 가입자의 특수성 때문이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1만5천원 이하의 낮은 ARPU이거나 선불 가입자가 대부분이지만, CJ헬로비전 가입자는 2만원~2만5천원으로 ARPU가 상대적으로 높고 후불 가입자 위주다. 또 2G, 3G 가입자가 대다수인 타 알뜰폰 사업자와 달리 4G LTE 가입자 비중이 높다.

때문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CJ헬로비전 가입자를 인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를 감당할 만한 곳은 KT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M모바일과 미디어로그 정도다.

그러나 최근 CJ헬로비전이 마케팅을 강화하며 가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가입자를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K텔링크를 통해 시장점유율 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견제를 받아 온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가입자를 쉽게 내주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속된 말로 그럴 경우 죽 써서 개 준 꼴이 될 텐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 예정인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를 토대로 IPTV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현 가입자의 약정기간 동안 서비스를 유지하다가 향후 SK텔링크로 가입자를 이관시키는 방법이다.

CJ헬로비전의 경우 네트워크와 전산망을 모두 임대해 사용하는 타 알뜰폰 사업자(부분MVNO)들과 달리 자체 과금 처리가 가능한 전산망을 보유한 풀MVNO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행보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 7월부터 KT에 이어, SK텔레콤과 도매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가정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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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KT로부터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지난 7월부터 SK텔레콤과 이동통신망 도매 제휴 계약을 맺고 복수로 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KT와 계약이 해지 되도 당장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다만, 이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 보다 개별 이용자와 약정이 끝날 때마다 재계약을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KT도 이 같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남은 것은 SKT가 이같이 나설 경우, 정부의 인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