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들은 너무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분야에 집중돼있다. 미래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표준화,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 아날로그 반도체의 역할도 중요한데 너무 팬시(fancy)한 분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도 많은 가능성이 있고 매그나칩이나 동부하이텍 같은 업체들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LG전자의 반도체 개발을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SIC(system Integrated Chip) 센터를 이끌고 있는 손보익 전무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보익 전무는 “일본만 하더라도 노후한 팹을 가지고도 1~2조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이 있다”면서 "세탁기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는 인버터나 컨버터 같은 아날로그IC를 많이 쓰고 있고 LG전자만 보더라도 연간 반도체 부품 구매 가격이 6조라고 하면 그 중 아날로그IC 비중이 1조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나라 팹리스들은 이런 분야의 시장이 너무 없다고 보고 쳐다보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팹리스들과 팹(파운드리)를 어떻게 연결해 발전시킬 수 있을지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고성능 SoC들은 2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생산되며 제반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컨트롤러 같은 특화 기능에 간단한 CPU를 결합한 형태의 시스템반도체 제품군은 28나노에서 90나노 공정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구동 IC나 전력관리반도체(PMIC) 같은 아날로그IC는 극도로 미세한 생산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130나노 공정 이상의 파운드리를 이용한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나 동부하이텍, 매그나칩 등을 들 수 있다.
손 전무는 “보통 고성능 SoC를 하나 개발하는데 기본 500억원이 드는데 이는 대기업들이나 시도할 수 있는 일이고 아날로그나 인터페이스IC 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업체들은 자동차나 인공지능 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은 고성능 SoC를 개발해야 자랑스럽다고 생각해 미래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표준화 등 분야는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시스템반도체 종류 별로 공정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춰서 파운드리와 연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손 전무는 '반도체 기반기술 센터'와 같은 형태로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IP) 전문 업체와 대학교 및 연구소, 대기업, 파운드리 업체가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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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IP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팹리스 업체들이 꼭 칩 설계 분야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IP와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외만 하더라도 ARM, 이매지네이션, 시놉시스, 케이던스 같은 전문 IP 업체들이 많이 있다.
LG전자는 CTO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는 SIC센터에서 반도체 설계를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시스템반도체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독자 개발한 모바일AP 뉴클런(NUCLUN)’을 첫 탑재한 스마트폰 ‘LG G3 스크린’을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인수한 실리콘웍스에 주력 분야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개발을 상당 부분 이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