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 기업들이 유럽연합(EU) 이용자 정보를 활용해서 영업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질 전망이다.
유럽 최고 재판부인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6일(현지 시각) 미국과 EU 사이에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국제 협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안전 피난처(Safe Harbor)’로 불리는 이 원칙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EU 이용자들의 웹 검색 이력이나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CJEU는 이날 “안전 피난처 협약을 허용할 경우 미국 정부가 EU의 온라인 정보에 수시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서 협약 자체에 흠결이 많다고 판결했다.
■ ECJ, 에드워드 스노든 사례 들면서 '부당' 판결
CJEU는 이번 판결의 근거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활동하던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예로 들었다.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보 기관들은 유럽의 각종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면서 첩보 활동을 해 왔다.
CJEU는 또 28개 EU 회원국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기관들은 기업들이 자국민들의 온라인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서 어떻게 활용하는 지 잘 감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 동안 ‘안전 피난처’ 규약에 따라 해 왔던 정보 공유 관행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고객 정보를 활용한 온라인 광고 사업 같은 것들은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CJEU의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개인 정보 옹호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적잖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녔기 때문에 가능했던 온라인 광고 사업 같은 것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미국과 래오누 안전 피난처 협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 구글-페북 등 당장 영업에 큰 타격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과 EU간 안전 피난처 협약은 지난 2000년 체결됐다. 이 협약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유럽 고객들의 웹 검색, 소셜 미디어 활동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또 안전 피난처 협약에 따라 4천 여 개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유럽 내 고객들의 각종 정보를 권역 밖으로 자유롭게 갖고 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에겐 EU의 안전 피난처 규정이 시장 공략의 기본 무기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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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최근까지 이 협약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해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현재 미국과 EU 당국은 최근 2년 동안 새로운 ‘안전 피난처’ 협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