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전자, 'V10'에 魂을 실었다

OS·AP 없이 차별화…기술·고뇌 총집약

홈&모바일입력 :2015/10/01 17:02    수정: 2015/10/02 08:04

정현정 기자

단언컨대 LG전자가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최대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이다. 그리고 절대 놓칠 수 없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의지와 차별화에 대한 고뇌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품이다. 1일 LG전자가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V10' 얘기다.

LG전자는 자체 운영체제(OS)가 없다. 애플은 iOS로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성하며 대(對)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하고 있다. 떠오르는 신흥 강자 샤오미는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조한 ‘미유아이(MIUI)’로 독특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만들어내고 있다. LG전자는 구글과 찰떡 공조를 이어가며 빠른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차별화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없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역량도 아쉽다. 지난해 말 불거진 스냅드래곤810 발열 논란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제조사가 아마 LG전자일 것이다. 세계 최초로 스냅드래곤810을 탑재한 ‘G플렉스2’가 역풍을 그대로 맞았다. 지난 4월 출시한 G4와 신제품 V10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퀄컴이 헥사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08을 탑재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마침 삼성전자는 마침 14나노(nm)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독자 프로세서 ‘엑시노스7420’을 갤럭시S6부터 신제품 갤럭시노트5에까지 탑재하며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런 상황이 '슈퍼 프리미엄폰' 출시를 앞둔 LG전자에는 큰 고민으로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스마트폰 성능 상향평준화로 의미가 없어졌다지만 AP는 여전히 스마트폰 성능을 가늠하는 핵심 부품 중 하나기 때문이다.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스냅드래곤820을 기다리기에는 제품 출시 일정이 꼬여버리고 현재 퀄컴의 제품 로드맵 중 삼성전자 엑시노스7420을 능가하는 제품이 없다보니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LG전자도 지난해 3년여의 준비 끝에 독자 모바일 AP ‘오딘’을 발표했지만 아직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하다.

이런 한계를 가지고 시장에 나온 V10은 LG전자가 가진 '차별화'에 대한 강박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또 세상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중국 제조사들처럼 저가 물량 공세를 할 수 있는 시장과 생산여건을 갖지 못한 LG전자로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고 이 곳에 남으려면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와도 다른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V10은 그에 대한 답이다. 우선 LG가 가진 강점인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궁여지책’으로 폄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타겟도 '삶에서의 모험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새롭게 정했다. V10의 'V'는 모험을 뜻하는 'adventure'에서 따왔다. 마지막 무기인 70만원대 출고가 역시 출시를 일주일이나 남긴 시점에서 발표했다.

신제품 V10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역시 카메라다. V10에는 세계 최초로 전면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다. LG전자가 ‘옵티머스 3D’의 후면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적은 있지만 그 성격과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80도 화각을 가진 500만화소 전면카메라에 120도 광각 셀피 카메라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120도 광각 카메라는 같은 거리에서 더 넓은 영역을 포착할 수 있어 셀카봉 없이도 7~8명의 인원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G4의 카메라가 현재까지 나온 스마트폰 카메라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V10은 동영상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됐다. 사진에서 영상으로 사용자들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지점을 공략했다. G4에 탑재된 ‘카메라 전문가 모드’가 호평을 받았다면 V10에는 ‘비디오 전문가 모드’도 적용됐다. 초점, 셔터스피드, 감도(ISO), 색온도(화이트밸런스) 등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탑재되는 광학식손떨림보정(OIS) 기능 보다 더 안정성이 뛰어난 전자식손떨림방지(EIS) 칩을 별도로 탑재해 전문 캠코더급의 손떨림 보정 기능을 제공한다.

동영상 촬영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음향 부분도 개선했다. 3개의 고감도 마이크를 탑재해 특정 위치의 소리만 녹음하는 지향성 녹음이 가능하다. 또 ‘윈드 노이즈 필터’가 탑재돼 야외 촬영 시 바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도 줄일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순간순간 촬영한 짧은 영상들을 모아 한편의 영화처럼 모아주는 ‘스냅 비디오’, 촬영된 영상을 손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퀵 비디오 에디터’, 동영상의 하이라이트를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15초 자동 편집’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적화된 동영상 기능도 탑재했다.

그 다음 비장의 무기가 디스플레이다. 5.7인치 디스플레이에 가로 51.4x세로7.9mm의 ‘세컨드 스크린’을 얹은 듯한 모양의 이형(異形) 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세컨드 스크린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꺼진 화면에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주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을 때 화면을 가리지 않고 전화 수신 정보를 보조화면에 표시해주는 등 독특한 UX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인에서도 차별화에 대한 욕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메탈 소재 일색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상반기 출시한 G4에는 스마트폰 최초로 천연가죽 소재를 적용해 시장을 놀래켰던 LG전자는 이번에는 메탈과 실리콘을 결합하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메탈 소재로 알루미늄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프레임에는 롤렉스 같은 명품시계나 외과 수술 도구에 쓰이는 316L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해 강도를 높였다. 후면에는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그립감을 높였다.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V10' (사진=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지금 기로에 섰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깨지지 않고 샤오미와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도전이 거세다. 떨어지는 주가와 지난 분기 2억원의 스마트폰 영업이익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V10이 LG전자의 위기 돌파 전략으로 시장에서 인식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진행되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조준호 사장은 “G시리즈를 뛰어넘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이 곧 ‘슈퍼 프리미엄폰’ 출시라는 보도로 이어졌다. 조준호 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MWC에서 슈퍼라는 얘기를 한적은 없는데 그렇게 됐다”고 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이름임에 틀림없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슈퍼 프리미엄폰을 시장에 내놓게 된 LG전자의 각오는 비장하다. 이날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조준호 사장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해 제품을 몇 대 더 파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어떻게 인정받는가 하는 문제인 만큼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게 목표로 V10은 그런 방향을 설정하고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이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김종훈 MC상품기획그룹장 전무도 “LG V10은 저희에게 있어서는 판매 수량이나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과 북미 시장, 중동 아시아 주요 선진 시장에서 의미있는 포지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의미를 두고 V10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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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만든 V10을 오는 8일 시장에 출시하면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의 선택이다. LG전자는 가격으로 마지막 차별화 승부수를 던졌다. V10의 국내 출고가는 부가세를 포함해서 79만9천7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상반기 전략폰 G4의 국내 출시가격 82만5천원과 비교해 더 커진 화면 크기와 향상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더 낮아졌다. 앞서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의 국내 출고가가 32GB 기준 89만9천800원으로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최초로 80만원대 출고가를 채택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V10의 가격은 이 보다 10만원이 더 낮다.

조성하 LG전자 MC사업본부 MC한국영업FD 부사장은 "단통법 이후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실구매가격을 기준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더 좋은 제품을 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기반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슈퍼 프리미엄폰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