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이면 국내 2위 검색 포털 사업자인 다음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카카오가 만나 ‘다음카카오’로 출범한지 딱 1년이 된다.
이에 맞춰 업계는 지난 1년 이 회사의 성적표를 돌아보는 동시에,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카카오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에 더 큰 기대와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카카오가 성과를 조금 더 늦추더라도 이제야말로 해외에서 통하는 신규 서비스를 직접 내놔야 한다는 애정어린 충고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23일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하기위해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수장도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에서 임지훈 신임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1년이 두 집 식구가 한 집에 모여 하나의 가족이 되는 적응기였다면, 이제는 집 외관부터 구성원까지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인물로 채워 넣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국내 포털 시장은 여전히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다. 검색 점유율에서 70% 이상을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아직 ‘잠룡’처럼 물속에 몸을 숨긴 모습이다. 올 여름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퍼붓듯 쏟아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본래 갖고 있던 유전자 특성 탓인지 합병 이후 변화에 매우 빠르게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만큼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 하는 카카오의 새로운 ‘무기’는 지난해 말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전자 지갑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이 중 카카오페이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 500만을 넘겼고, 누적결제건 수 1천만 건을 돌파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해당 서비스들도 조용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가 올해 3월 말 선보인 ‘카카오 택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기사 모두의 호평을 받으며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호출 수 2천만 건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잇겠다는 카카오의 비전이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난 첫 사례다.
핀테크 사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 되자 카카오는 여타 ICT 기업 중 가장 먼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등과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을 만들고 예비인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3천800만 국내 카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과거에는 경험할수 없었던 혁신적인 금융사업을 그리고있다.
카카오의 가장 효자상품인 카카오톡도 화려한 변신을 시도했다. 동영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카카오TV’가 추가됐고, 뉴스 등 사용자들이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들이 ‘카카오 채널’이란 이름으로 카톡 내에 들어왔다. 또 검색 서비스 다음의 엔진을 활용한 ‘샵검색’과 ‘카카오 검색’ 역시 카톡의 영향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의 변화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수사기관의 감청 요구에 쉽게 응했다는 이유로 이용자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이어진 감청 거부 선언으로 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또 마이피플,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음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여러 서비스를 잇달아 종료해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단행한 서비스 개편이었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칼 같이 잘라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꺼리다.
그럼에도 카카오에게 있어 이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은 앞으로의 1년을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다. 지금까지는 김범수 의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실행력, 그리고 풍부한 네트워크와 약간의 시운으로 카카오가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쟁 무대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만 집중해 덩치만 키울 경우 ‘공룡’ 기업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성장세도 금세 꺾일 것이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카카오가 대기업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까지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의미 있는 해외 실적도 없다. 인도네시아 인기 SNS 서비스 ‘패스’(path)를 인수했지만 알려진 성과는 없다. 카톡 역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지만 답보 상태다.
지난 해 12월 어린이집 스마트알림장 서비스 기업인 키즈노트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높였으나 여전히 내수용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장 기반을 닦기엔 제격으로 평가받지만, 그 다음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의문을 남긴다.
결국 카카오는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회귀하는 것이 상징하듯 ‘스타트업 정신’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톡으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형식이나 성과에 집착하는 것보다 혁신을 위한 과감한 시도와 도전에 보다 많은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동력은 올해 1월 설립한 벤처기업 대상 투자전문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과, 3월 인수한 스타트업 전문벤처캐피탈인 케이큐브벤처스에서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찾기에도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O2O 서비스들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된 신규 서비스는 ‘카카오톡 타임쿠폰’(모바일 쿠폰), ‘카카오 오더’(모바일 선주문) 등이 있다. 오는 10월에는 서울택시조합 및 하이엔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급택시 시범운영에 나선다. 4분기 중에는 ‘웹보드 게임’ 사업도 신규 추진한다.새롭게 주어질 과제는 이런 새로운 서비스들을 어떻게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끌고 나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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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대표는 “한 달 여 시간 동안 조직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임직원들과 폭 넓게 소통하며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 경쟁력이 잘 발휘되도록, 혁신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조직 체계나 사업 방향에서는 카카오의 행보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카카오가 기대감에 부응하는 실적이나 성과를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자체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