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박주선, 이하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몰매를 맞았다. 부실한 사후관리부터 낙하산 인사까지 전방위 공격이 쏟아졌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교문위 국감 현장에서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사후관리 부실이 주요 문제점으로 꼽혔다. 등급분류 및 불법게임물 모니터링 등이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는 것.
먼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과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 등은 게임위의 모바일 오픈 마켓 게임물 모니터링 사업이 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상황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 사업 규모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에 미치지 못해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임위는 각 오픈 마켓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등급 부여의 사후 관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부산 YWCA에 위탁해 모바일 오픈 마켓 게임물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모니터링단은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을 중심으로 40여 명 규모다.
하지만 모니터링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간다.
서용교 의원에 따르면 모니터링단은 지난 3개월 동안 7천 건의 모바일 게임을 모니터링했다. 같은 기간 유통된 게임 12만8천 건 이상의 5%에 불과하다. 게임위는 이 중 1천740건에 대해 시정 요청을 했지만 그 후 조치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변경 시한도 따로 없다.
이상일 의원은 “시정 요청 후 결과에 대해 게임위 측에 문의했지만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어 직접 확인해야 했다”며 “일일이 직접 확인해 보니 게임위가 등급변경을 요청한 모바일 게임 중 15.1%만이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상일 의원은 덧붙여 “변경 시한도 없으며 요청 후의 관리도 이뤄지고 있지 않으니 방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에 앞서 등급분류 기준 자체의 모호성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사행성 유발 정도에 따른 등급 분류가 무의미한 수준이라 아동,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전체 및 12세 이용가 모바일게임들도 사행행위 모사 요소를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불법게임물 및 불법사설서버 관리 역시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이 직접 게임위에 불법게임물을 신고해봤지만 신고 20일이 지난 뒤에도 어떤 조치도 확인할 수 없었다. 게임위는 신고 바로 다음날 처리했다는 답변을 보냈지만 해당 사이트에서는 합법 게임 등급 분류 필증이 버젓하게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김태년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게임위가 불법 게임을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라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국감에서는 게임위가 불법게임물과 관련해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게임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0년, 6년 이상 기내에서 불법 게임물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했다. 유기홍 의원은 두 항공사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지자체장 허가 없이 유통, 게임산업진흥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게임위는 이를 파악하고도 불구 공문을 통해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금회에 한하여 이를 유예한다”고 전해, 두 항공사에 면죄부를 줬다.
유기홍 의원은 "출범이후 성추행, 뇌물수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큰 실망을 줬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기업 특혜 의혹까지 더해졌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재벌 항공사의 10년 넘은 위법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특혜, 몰랐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불법사설서버 피해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에 따르면 불법사설서버 제공 사이트 적발건수는 지난달 기준 5천94건으로 지난해만 129% 증가했다.
지난 15일 리니지 불법사설서버를 운영해 20억여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일당 5명이, 지난 18일 서든어택 불법프로그램으로 총 10억 원의 부당수익을 올린 일당 20명이 입건되는 등 피해 사실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위의 단속 및 처벌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으로 이로 인한 게임 업체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박혜자 의원은 “불법사설서버로 제일 먼저 피해가 가는 것은 이용자와 정당한 사업자로 게임 매출 감소 탓에 업체들이 문을 닫는 경우까지 있다”며 “게임위가 아직까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지난 6월 29일 위촉된 게임위 김병철 이사가 홍익대학교 출신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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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김 이사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홍대 영상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같은 대학원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여명숙 게임위원장과 함께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에 유기홍 의원은 “김종덕 장관 부임이후 문체부 내에서 홍대 출신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쉬울 만큼 홍대 출신의 약진이 돋보인다”며 “문화부장관, 게임물관리위원장, 게임물관리위원이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고 연구한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