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을 맞는 단말기 유통법이 보조금을 통한 '이용자 차별' 문제를 상당히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입법 취지가 일부 먹혔다는 뜻이다. 그러나 또다른 취지인 '가계 통신비 인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번호이동(MNP) 위주로 지급되던 보조금이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에도 지급되면서 가입유형에 따른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이용자 차별 해소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전에는 이통사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보조금이 들쑥날쑥했다.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별이 심했다.
그러나 이법 시행 이후 보조금을 공시케 하고 가입 유형별 차별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보조금 혜택이 골고루 나눠지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 보조금이 많이 실렸던 번호이동 가입자가 줄고 사업자를 바꾸지 않는 기기변경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법 시행 이전 전체 신규 가입자 가운데 26.2%에 머물던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이 이달 기준 54.9%까지 치솟았다.
기기변경 가입자 증가와 함께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이 제도는 보조금을 받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만큼 요금할인을 해주도록 함으로써 이용자 차별를 해소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선택약정할인율이 12%에서 20%까지 올랐다. 새 휴대폰을 사지 않은 사람이 1년에 총 60만원의 통신비를 지출했다면 48만원으로 줄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최근 요금할인 가입자 수는 하루 평균 1만2천여명에 이른다. 이달 초까지 요금할인 누적 가입자는 185만명으로 추산된다.
■ 내가 내는 통신비, 스스로 아낀다
단통법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크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가요금제에 지원금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단말기 값 할인을 받더라도 부가서비스를 강요할 수 없게 한 내용이다.
과거 휴대폰 구입 실태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과거 신규 가입자의 평균 가입 요금이 4만5천원대에 이르렀으나 법 시행 이후 3만원대로 내려왔다. 신규 단말기가 출시될 때는 약간 오르지만 현재는 3만7천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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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덕분에 아직 쓸만한 스마트폰을 1년 추가로 쓰는 이들도 늘었다. 실제 요금할인 가입자 가운데 18%에 가까운 이들이 수십만원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새로 사지 않고 기존 휴대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합리적인 통신소비의 증가에 따른 제조사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값싼 휴대폰을 찾는 수요가 늘다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적인 제조사들이 중저가 단말기를 연이어 출시했다. 당연히 판매량도 늘었다. 50만원 이하의 휴대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과거 21.5%에서 34.8%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