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포털 편향 보고서는 대선, 총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14일 공동으로 주최한 '포털 뉴스서비스의 평가와 대안' 세미나에서는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포털 모바일뉴스 분석 보고서'에 대한 날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여당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언론을 규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며 "지금처럼 발신자(포털)를 통제함으로써 다중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봉쇄하려면 야당 편향적 언론사와 포털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와 포털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강사는 "여의도 보고서의 진정한 목표는 대중들에게 협소한 정치적 대립 구도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결과 대중들에겐 정치란 지저분하고 지겨운 것이라는 상식을 확인시켜주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 혹은 여당이 포털과 인터넷 언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애국과 종북이라는 정치적 영역으로 만들어 대중들에 정치적 무관심을 조성하거나 협소화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중들은 "대중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예능이나 드라마, 스포츠 같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주변 이슈에 더 민감하게 되고 정치적 관심은 멀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영주 MyOn 정치미학연구소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포털 개혁'에 대해 "개혁 시리즈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정치적 진영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의도 연구소는 일종의 창구처럼 어떻게 하면 언론을 통제할까 고민한다"면서 "여의도 보고서 사태뿐만 아니라 포털은 필요에 따라 여러 사회적 집단에게 이용되는 동네 북 같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우선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 교수는 여의도 연구소가 연구배경으로 제시한 포털 뉴스의 이용률과 신뢰도를 동일하게 본 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보고서에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라는 가설을 세워 이용의 정도만 가지고 콘텐츠의 신뢰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연구의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기사의 내용을 긍정, 부정, 중립으로 판단하는 가치판단도 문제"라며 "일반적인 연구방법이라면 프레임과 기준 등을 정확히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시돼지 않아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편견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교수는 "뉴스 배열과 기사의 내용도 분석했어야 하는데 이 점도 빠져있다"며 "포털은 편집내용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라 공개를 안 하는데, 알고리즘 때문에 편향성이 있다고 하면, 그 자체를 분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동윤 대구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이 '웃프다'고 표현했다.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과 포털을 바라보는 인식이 있다면 보고서의 내용을 우리가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이 이러한 보고서를 두고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슬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 결과에 대한 의미를 따지기 전에 연구의 진정성 위원회를 열어 이 연구가 얼마나 진실하게 이뤄졌는지 따져야 한다"며 "공정성을 분석하는 요소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밝혔다.
김 교수는 "제목만 보고 기사를 판단하는 것이 사람의 얼굴만 보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포털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은 있지만, 뉴스를 반영하는 일종의 플랫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포털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박진우 건국대 교수 또한 이 보고서를 빅데이터 보고서라고 칭할 수 없다며 뚜렷한 정치적인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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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포털에 문제가 많지만, 그 비판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정치적 권력이 아닌, 시민과 사용자여야 한다"며 "포털이 기계적 중립에 치우쳐 비판을 은폐한다면, 그 역시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16일 포털 게재 기사의 편향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시로 준비됐으며, 여의도 연구원이 주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