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E는 부드러운 심장을 지닌 준중형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진수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지난달 6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재규어 XE 신차발표회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XE를 서울 강남 도산대로 일대서 다시 만났다.
신차발표회 당시 XE의 첫 인상은 심플함이었다. XE의 디자인을 총괄한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는 “XE는 재규어 디자인의 핵심인 뛰어난 프로포션, 다이내믹하면서도 엣지 있는 느낌을 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엔 재규어 XE는 날렵함보다는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중후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재규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J 블레이드 주행등은 XE의 매력을 살려주면서 차분한 인상을 남겼다.
■언덕 많은 도산대로에서 부드러운 가속감 보인 XE
재규어 XE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연속되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 일대를 짧게 주행해봤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최고출력 180마력(PS), 최대 토크 43.9kg·m의 힘을 발휘하는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재된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재규어 XE 판매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오르막길에 접어들자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재된 XE는 막힘없이 부드러운 가속 성능을 나타냈다. 브레이크 제동 성능도 만족스럽다. 내리막길 진입 후 신호 대기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자 밀리는 느낌이 없었다.
이날 시승한 XE 프레스티지 모델은 패들쉬프트가 탑재된 가죽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가죽 재질의 스티어링 휠을 만져보니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핸들링도 가벼워 도산대로 같은 복잡한 시내주행시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XE는 재규어 모델 중 최초로 ‘알루미늄 인텐시브 아키텍처’ 기술이 활용됐다. 최근 자동차 트렌드인 ‘다운사이징’에 맞춰 차체에 초경량 알루미늄이 적용됐고, 역시 재규어 모델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 Cd 0.26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벼운 차체 느낌은 신사역 사거리 부근에서 느낄 수 있었다. 차량 통행이 잠시 줄어들자 시속 80km/h까지 밟으며 가속성능을 더 느껴보기로 했다. 가속페달은 최근 출시된 BMW 뉴 3시리즈보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다. 초기 가속시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들려오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정숙성이 느껴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더 경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XE 광고효과, 독일차 아성 뒤흔드나
이날 시승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강남 전시장의 협조로 진행됐다. 내부 제약 상 시승은 도산대로 일대에서만 시승하는 것으로 했다. 이 때문에 별도로 고속도로 주행이나 연비 테스트 등은 진행할 수 없었다.
XE는 이달 5일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출고가 진행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XE 관련 TV, 인터넷, 건물 천수막 광고가 많아지자, XE를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XE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판매가는 트림에 따라 부가세 포함 4천760만원부터 6천90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2.0 디젤 프레스티지 판매가(4천760만원)는 2.0 가솔린 프레스티지(4천800만원)보다 40만원가량 저렴하다. 더 많은 고객을 끌기 위해 디젤 모델의 가격을 가솔린 모델보다 싸게 책정했다는 것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XE가 회사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핵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는 신차발표회 당시 “재규어 XE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향후 5년간 선보일 신차와 스페셜 에디션 모델,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세부 모델을 포함하는 총 50여종의 신차 공개 계획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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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의 첫 관문은 동급 내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와의 경쟁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지난달 초 XE 공개 이후, BMW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각각 신형 3시리즈와 C클래스를 출시하며 국내 수입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결국 XE의 성공 여부는 경쟁 차종 대비 높은 가성비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성공적으로 어필하느냐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