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삼성 갤럭시노트5의 S펜)과 '터치'(애플 아이폰6S의 3D터치)의 대결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숙과 수요 둔화라는 공통의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와 애플은 어느 때보다 혁신기술을 집약한 신제품으로 맞대결에 나선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4.7인치 ‘아이폰6S’와 5.5인치 ‘아이폰6S 플러스’를 공개했다.
통상적으로 애플은 격년 주기로 한 해는 디자인과 기능을 대폭 개선한 신제품을 내놓고, 한 해는 약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S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올해 역시 디자인은 지난해 아이폰6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성능과 기능 면에서는 대폭적인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지난해 아이폰6 열풍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 삼성전자는 올해 계열사 역량을 총집약해 예년보다 한 달 앞서 신제품을 내놓는 강수를 내놓으면서 진검 승부를 예고했다.
일단 아이폰6S와 갤럭시노트5는 입력 방식에서 눈에 띄는 차별점으로 경쟁에 나선다. 애플은 화면을 터치하는 압력에 따라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포스터치’ 기술을 기반으로 한 ‘3D 터치’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특장점인 ‘S펜’의 기능과 디자인을 대폭 업그레이드 한 5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아이폰의 3D 터치는 백라이트와 강화유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텍타일 센서를 통해 구현된다. 3D 터치는 사용자의 터치 강도를 화면을 살짝 건드리기, 살짝 누르기, 길게 누르기의 3단계로 인식해 다른 기능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홈화면에서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길게 누르면 ‘사진찍기’, ‘체크인’ 등의 단축메뉴를 실행할 수 있고, 메일이나 메시지는 살짝 눌러 콘텐츠를 미리보기 하고 좀 더 세게 눌러 메시지 내용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맞서는 갤럭시노트5에는 더욱 진보한 5세대 S펜이 탑재됐다. 갤럭시노트5에 탑재된 S펜에는 가볍게 누르면 튀어나오는 방식을 적용해 기존 본체에 홈을 만들어 펜을 분리하던 방식보다 매끄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새로워진 S펜은 사용자의 손에 보다 밀착되면서도 균형감 있는 그립감을 제공하도록 디자인됐으며, 필기와 에어 커맨드 기능을 더욱 실용적으로 강화했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꺼진 화면 메모' 기능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등 필기가 필요할 때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바로 메모가 가능해 일상생활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인 하드웨어 성능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다. 갤럭시노트5는 5.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QHD(2560x1400) 해상도를 구현했으며, 4GB 램(RAM), 1600만화소 카메라 등 최고 수준의 사양으로 무장했다. 배터리 성능 역시 3000mAh로 약 1715mAh 배터리가 탑재된 아이폰6S를 앞선다. 무선충전 기능도 아이폰6S에는 없는 갤럭시노트5의 핵심 기능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는 갤럭시노트5와 아이폰6S에는 모두 10나노대 핀펫(FinFET) 공정에서 생산되는 신제품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S6 시리즈부터 14나노 프로세서를 채택했으며, 아이폰6S에 탑재된 A9는 애플이 10나노대 핀펫 공정에서 생산하는 첫 프로세서다. 이를 통해 애플은 전작 A8과 비교해 컴퓨팅 성능을 70%, 그래픽 성능도 90% 이상 향상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를 통해 A9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류를 이루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일반적이지만 아이폰6S는 기존 아이폰 시리즈와 비교해 성능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우선 애플은 아이폰6S에 1200만화소 후면카메라를 탑재했다. 애플은 지난 2011년 출시된 아이폰4S 부터 800만화소 후면카메라를 채택해왔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HTC 등 경쟁사들은 1600만화소에서 2000만화소까지 카메라 해상도를 높여왔다.
또 아이폰6S 후면 카메라로는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전면카메라 해상도도 500만화소로 크게 높아졌다. 최근 셀피(셀프카메라) 열풍에 모든 제조사들이 전면카메라 해상도를 500만 화소 이상으로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변화다. 또 애플은 전면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페이스타임을 이용할 때 플래시를 켜면 디스플레이가 평소보다 3배 밝게 켜지면서 플래시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드웨어 성능은 뒤지지만 애플 특유의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에는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iOS9이 기본 탑재돼있어 콘텐츠 큐레이션 앱인 ‘뉴스’와 업그레이드된 시리,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라이브포토'는 애플 아이폰6S의 비밀병기다. 평소와 똑같이 사진을 찍어도 1.5초를 더 촬영해 움직이는 GIF 이미지처럼 보여준다. 3D 터치를 이용해 사진을 길게 누르면 라이브 포토로 감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로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또 갤럭시노트5는 양쪽 후면 모서리에 곡면을 적용해 독특한 후면 엣지 디자인으로 한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제공한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부터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외에 핑크색에 가까운 로드골드을 추가해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5를 출시하면서 국내 출고가를 32GB 기준 89만9천800원으로 전작 대비 5만7천원 인하하는 공격적인 가격 전략에 나섰다. 애플 아이폰6S의 가격은 2년 약정 기준 16GB 모델이 199달러(약 23만7천원), 아이폰6S 플러스는 299달러(약 35만7천원)부터 시작한다. 무약정 가격도 전작과 동일한 649달러(약 77만5천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지난해 9월 화면 크기를 4.7인치와 5.5인치로 키운 아이폰6 시리즈를 출시하며 전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뒀다. 통상 애플 전체 매출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아이폰 비중은 아이폰6 이후 3분의 2 수준으로 높아졌다. 아이폰 열풍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삼성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 시리즈는 디자인 완성도와 뛰어난 성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 성적표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가 상당 부분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잠식한데 따른 결과다.
이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조기 출시와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면서 올해도 양사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동시에 직면한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28% 성장을 기록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성장률이 1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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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성장둔화 우려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되면서 최근 애플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6 대성공의 동력이 됐던 중국 시장에 여전한 기대를 걸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CNBC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에게 "지난 7월과 8월 동안 중국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지속했고 최근 몇 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최근 2주간 앱스토어 실적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이안 포그 애널리스트는 "아이폰6 출시 이후 애플은 비수기로 분류되는 2분기에도 4천75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등 강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이폰6S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아이폰6 시리즈의 성공을 이어받아 아이폰의 마법(the magic of the iPhone business)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IHS는 올해 애플이 2억3천600만대 아이폰을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23% 성장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