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펜을 원하냐? 가장 뛰어난 입력 도구는 손가락이다.”
8년 전 아이폰 공개 행사 때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이다. 그 무렵 ‘스타일러스’로 입력하던 수 많은 스마트폰을 조롱한 말이었다.
잡스는 이런 조롱과 함께 터치 방식을 활용한 아이폰의 획기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UI)를 소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애플은 그렇게도 조롱했던 펜을 다시 들었다.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공개한 지 8년 만이었다.
애플은 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이폰6S를 비롯한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관심을 끈 것은 12.9인치 화면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였다.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아이패드 모델의 화면만 키운 제품이 아니었다. 정교한 입력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 ’애플 펜슬’이 함께 소개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외신들 역시 애플 펜슬이 아이패드 프로의 비밀 병기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애플 펜슬은 압력과 감도를 인식해 선의 굵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또 기울기와 기운 방향도 인식한다. ‘라이트닝 커넥터’ 기능을 갖고 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아이패드 프로에 연결해서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 관계자를 무대 위로 초대한 뒤 애플 펜슬로 MS 오피스를 시연하도록 했다. 파워포인트에 각종 도형을 그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뿐 아니었다. 어도비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서 새 앱인 포토숍 FX를 작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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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애플 펜슬’이란 전위병을 거느린 아이패드 프로가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콘텐츠 생산 도구인 노트북PC의 영역까지 기웃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8년 만에 애플 생태계에 입적한 펜 입력도구는 과연 ‘벼랑 끝에 선 아이패드’를 구해낼 수 있을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의 또 다른 승부수를 지켜보는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