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vs 카카오…인터넷전문은행 혈투

1~2곳 자리 놓고 경쟁...신성장 돌파구 공통점

방송/통신입력 :2015/09/07 14:42    수정: 2015/09/07 14:44

김태진, 백봉삼 기자

‘통신사 vs. 카카오’

인터넷전문은행 신청과 인가를 앞두고 SKT·KT 등 통신사와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기업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을 결합함으로써 이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후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다음카카오와 지분률 제한 가능성이 높은 통신사 사이에 사업 집중력 측면에서 온도차가 있기는 하다. 다음카카오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컨소시엄 내에서 최대주주가 될 것을 상정한 상황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도 출자제한 기업에 묶일 가능성이 높은 통신사의 경우 다소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기존 은행산업의 과점체제를 깨고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커 이 분야가 다른 어떤 곳 못지 않게 매력적인 신성장동력일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신청을 받고 이 중 1~2곳에 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으로, 현재까지 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와 인터파크(SK텔레콤, IBK기업은행) 컨소시엄 2곳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교보생명(KT, 우리은행) 컨소시엄도 곧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이 한 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SK텔레콤과 KT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신성장 사업으로 꼽혔던 IPTV 사업 인가를 놓고 KT, SK브로드밴드와 경쟁을 펼쳤던 점을 고려하면 약 7년 만의 리턴 매치인 셈이다.

■ 카카오, 쉽게 접근 가능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강점

다음카카오가 내세운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경쟁력은 3천800만 국내 가입자 수를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이다.

이미 카카오페이, 뱅크월렛 카카오 등 간편결제와 송금 서비스로 쌓아온 금융 네트워크 인프라도 타 ICT 기업 대비 플러스 요인이란 것이 업계의 평가다. 나아가 총자산 기준 1위 은행사인 KB국민은행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이다.

즉, 안정적인 은행권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갖고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영업점, 모바일 뱅킹 가입자 수 등 기존 금융 인프라가 풍부한 은행권 톱 레벨인 KB국민은행의 참여로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음카카오는 빠른 시일 내에 네트워크 사업자와 ICT 기업 등 다양한 핀테크 기술 관련 회사를 추가로 선정해 컨소시엄을 최종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모델과 자본금 등 구체적인 내용은 예비인가 신청일 일주일 전쯤 사전에 공개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가칭)란 이름으로 구성된 다음카카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0%를, 다음카카오와 KB국민은행이 각각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은행 역시 최대주주 지위를 갖는 곳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금융위의 불가 방침에 따라 지분율이 낮다.

현행 은산분리 규정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와 의결권 없는 지분 6% 등 총 1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은행법 개정이 통과돼 산업자본의 지분 취득 제한이 50%로 확대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은행법이 바뀌게 되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가정하고 파트너십을 짜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계획은 기업 투자 관점에서 장기 계획을 밝힌 것”이라면서 “당장은 현행법에 맞춰 예비 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것이고 은행법이 통과 되면 (지분 관련) 추가 논의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금리 비즈니스 모델 내세운 통신업계

다음카카오가 3천800만 가입자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경쟁력을 강점으로 꼽는다면, 통신업계는 중금리 대출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4~5%의 은행권 저금리와 15~34.9%인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 고금리로 양분돼 있는데 여기에 10% 전후의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한다는 게 통신사들의 전략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현재 5~6등급의 중신용계층 규모는 약 1천216만명(26%)으로 이들은 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가 중금리 시장 개척을 자신하는 이유는 기존 가입자의 통신소비나 제휴 등의 이용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할 경우 고금리 이용자 중 중금리 대출이 가능한 소비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텐센트는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인 위뱅크를 통해 거래정보에 근거한 신용평가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의 게임 접속시간이나 활동대역 등 SNS 상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 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2천8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연계 플랫폼 등 앞선 ICT 기술력으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중금리 대출 등 서민경제와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동시에 금융서비스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신용등급으로 인해 은행권에서 소외돼 현재 30%대의 고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5~6등급 이용자들에게 빅데이터를 이용해 금리를 10%대까지 낮춰줄 수 있다”며 “그룹 계열사인 넥스알이 직접 빅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정부가 약속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통신사들은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이 다음카카오와 다른 점이다. 당초 지난주 교보생명과 협의를 끝내고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선언하려던 KT의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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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출자제한집단 대기업에 포함돼 있어 은행권의 대주주 참여가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인스턴트 메신저, 전자결제 등의 시장에서 번번이 다음카카오에 자리를 내준 통신사 입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기감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역량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통신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