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SW기술자 평균임금’ 조사 결과를 보니 초급 기술자 월평균 임금이 400만6천527원이란다. 1천 개 이상의 기업에서 근무하는 SW기술자 5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한 조사 결과다.
초급 기술자는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수준의 개발자를 뜻한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이 400만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를 어떻게 봐야할까?
현장 분위기를 보니 조사 결과와는 온도차가 많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SW기술자가 이렇게 고임금 직업군이 었던가?'하고 되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찌된 일일까? 좀더 살펴보니 SW산업협회 조사는 실제 개발자들이 매달 받는 기본급 외에 상여금, 제수당, 퇴직금은 물론 법인부담금까지 포함하고 있다. 평균 임금을 조사하면서 실제 월급에 포함되지도 않은 항목들을 포함시켰으니, 체감 임금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유가 뭘까? 알아보니 SW산업협회가 발표한 SW기술자 평균임금은 실제로는 SW기술자 노임단가다. 노임단가는 SW 사업 대가를 산정할 기준이 되는 개발자 인건비를 등급별로 매겨놓은 것이다. 결국 외부 개발업체에 SW개발 사업을 발주할 때 주고 받는 사업비를 산정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의 인건비인 셈이다.
임금과 인건비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SW산업협회는 매년 발표해오던 노임단가를 올해부터 평균임금으로 부른다. "노임단가라는 용어가 건설사업에서 활용되는 용어로써, 지식 기반의 SW산업에 활용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작년 하반기 명칭 공모를 통해 ’SW기술자 평균임금‘이 최종 채택 됐다"는 설명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거기에 맞춰 명칭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체계는 여전히 건설업 방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2년전 폐지된 개발자 등급제를 기준으로 여전히 노임단가를 발표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등급제로는 개발자의 실제 능력이나, 구현해야하는 기술의 난도 같이 정작 중요한 요소들은 반영하지 못한다. SW산업협회도 문제를 인식하고 내년 조사때 부터는 직무에 따라 분류한 NCS지표를 기준으로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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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진짜 한국 개발자들의 임금 실태를 보여주는 통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W산업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도 SW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초·중·고와 대학교에서 SW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현업에 있는 SW개발자들은 처우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며 개발자들의 처우는 더 열악해지는 현실을 바꾸지 않은한 SW인재를 양성한들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SW기술자 평균임금’ 조사 결과는 열악한 현장 분위기를 잘 모르는 이들이 숫자만 보고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윗분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면 엉뚱한 정책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만큼 이참에 제대로 된 SW개발자 평균 임금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개발자들의 월급은 SW산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대단히 의미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