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로운 도전 꿈꾸는 최태원 회장

기자수첩입력 :2015/08/25 11:24

이재운 기자

경기도 이천에는 SK하이닉스와 현대엘레베이터 사업장이 나란히 위치해있다. 아직도 일부 부지는 서로 함께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두 기업은 여전히 얽혀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이 바로 현대전자이기 때문이다.

이천은 예전부터 왕에게 쌀을 진상하던 평야지대다.

이곳에 들어선 현대전자의 반도체 공장에는 ‘반도체 강국’을 꿈꾸던 ‘왕 회장’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집무실과 숙소가 있었다. 현재도 영빈관으로 쓰이는 2층 건물에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던 정 명예회장의 포부가 서려있기도 하다.

그런 그곳에 이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의 위기 속에 지난 2001년 이후 10여년간 주인 없이 떠돌던 하이닉스를 품은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해왔다. 덕분에 그 동안 장비 수리를 의뢰할 여력 조차 없어 직원들이 직접 수리해가며 근근히 버텨왔던 서러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 2위, 낸드플래시 4~5위권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최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이날 준공된 M14 라인도 최 회장의 최종 결정으로 기존 노후 라인을 대체하고 여러 갈래로 끊어져 있던 공정을 한 건물 안에서 처리하도록 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광복절을 맞아, 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복권됐다. 그가 의정부교도소를 나서자마자 꼽은 그룹의 3대 키워드 중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이 바로 반도체다. 가장 최근에야 그룹에 편입됐지만, 그룹 총수의 부재 중 휘청거린 다른 계열사의 부진 속에서도 홀로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효자 계열사였다.

물론 SK하이닉스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PC용 D램 시장이 수 년 만에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이 부문에 매출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는 제품 믹스에 따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회사 측도 이같은 과제를 알고 낸드플래시 강화 전략이나 CMOS 이미지센서와 같은 새로운 사업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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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출소하자마자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 집무실을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또 다시 통 큰 투자를 발표했다. 46조원을 새로 투자해 이천과 청주에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왕 회장이 꿈 꾸던 그 자리에서, 최 회장은 어떤 꿈을 꿀까.

이날 M14 라인 기공식에는 대통령까지 와서 힘을 실어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향한 최 회장의 꿈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