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을 만나 SW교육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으면 일선 학교장들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얘기가 쏟아진다. 교사 양성이나 교육 커리큘럼과 관련해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장은 교사 채용에서부터 정해진 SW교육 시수에 유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재량권까지 갖는다는 것이 교육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W교육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사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커리큘럼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여부도 교사들의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이런 교사들의 활동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교장들이다. 학교장들이 SW교육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최근 한국컴퓨터교육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영국 닐 맥린 어쏘시에이츠의 닐 맥린 대표도 컴퓨팅 커리큘럼과 교사의 의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우수한 교사는 교사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오기는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학교장이 밀어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맥린 대표도 "교사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교 지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변화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SW교육 커리큘럼은 유연성이 요구된다. 학과간 협업도 유연해야 가능하고, 시수가 적은 상황에서 민간과 협력하거나 창의적 체험 시간 등에 배정된 시간을 SW교육에 일부 돌려 쓸 필요도 있다. 여기에서도 학교장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학교장들의 열의가 있으면, 주어진 SW교수 시수를 비공식적으로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SW에 대한 학교장 인식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학교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인프라 측면에서도 살펴볼 것들이 많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SW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은 빈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방과후 학습 제공 업체들에 인프라를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 설치해주고 방과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면서 "공교육 차원에서 SW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학교 차원의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 학교에서 컴퓨터 구입을 줄여나가는 추세다보니 학교에 있는 상당수 PC가 구형 제품이다"고 전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모니터에 연결해 쓸 수 있는 SW교육 전용, 일명 '손가락PC'를 5만원 수준에서 공급하기 위한 정부 과제를 만든 것도 인프라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SW교육용 인프라 구입에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구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컴퓨터 수업을 줄이던 추세여서 많은 학교PC가 노후돼 있지만 학교 운영비도 있고, 적극 나서면 시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교장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골학교에 가면 SW교육은 교사 1명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장들의 인식이 아쉬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장들은 경력상 SW에 대해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학교장들이 SW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교장들을 상대로 SW교육의 필요성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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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미래부는 상반기 한국과학창의재단 및 삼성전자 사회봉사단과 함께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소프트웨어교육 리더십 워크숍’을 개최했다. ‘소프트웨어교육 리더십 워크숍’은 전국 소프트웨어교육 선도학교, 소프트웨어교육 연구학교 및 삼성 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 운영 학교장을 포함해 17개 시·도 각급 학교장 및 시·도교육청 전문직 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갈길은 여전히 멀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학교장들이 SW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들의 활동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학교장들을 상대로한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