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론 "비트코인 채굴, 신통찮네"

컴퓨팅입력 :2015/08/21 16:43

서버 업체 이트론이 올초 시작한 '암호화폐 채굴' 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실적 개선을 위해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 나섰지만 상반기 시범 운영한 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암호화폐는 현실의 돈과 달리 발행 및 유통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고 그 총량이 제한되며 중앙 서버 없이 당사자간 직접 접속하는 P2P 네트워크 방식으로 거래하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다. 누군가 거래에 필요한 디지털 암호 해독에 참여하면 그 기여한 만큼의 화폐가 발행된다. 이를 암호화폐의 '채굴(mining)'이라 표현한다.

최근 이 사업에 뛰어든 이트론은 원래 연간 200억원대 매출을 내 온 서버 및 PC 부품 제조업체다. 지난 2013년 매출은 약 285억원, 순이익은 16억원 가량이었는데 작년 매출은 약 235억원으로 대폭 떨어졌고, 순손실 21억원 가량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상태다. 중단기적으로 다른 먹거리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여러 방안을 검토하던 차에 이트론은 올해 신사업으로 원조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유사한 '라이트코인(Litecoin)' 채굴을 시작했다. 향후 채굴한 화폐의 가격(교환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확보, 향후 암호화폐 전문 거래소를 이용한 환전, 이를 일반 화폐로 인정하는 국가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금화 가능성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이미 지난해 3월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최대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 피해로 파산을 신청하는 등 보안 취약성을 드러내는 문제로 거래 신뢰성과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암호화폐의 가치변동이 심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변수중 하나다. 업계 관심이 높았던 지난 2013년말부터 2014년초 1비트코인(1BTC)당 가격은 1천달러 전후였는데 지금은 그 4분의 1 정도인 200달러 초중반대 수준이다. 이트론이 채굴 중인 라이트코인도 2013년말 1라이트코인(LTC)당 50달러에 근접할 정도였는데 작년말엔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고 최근엔 3~4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트론도 이를 모르진 않았지만, 이론상 효율적인 채굴 수단만 있다면 전기료 등 운영 경비를 상쇄하면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그래서 연초 암호화폐 채굴에 유리한 전문 장비를 도입해 채굴 사업을 시작했다. 상반기말 공시된 이트론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회사는 "3억8천500만원(부가세별도)을 투자해 암호화폐 채굴 장비 70대를 도입해 시험 운영 중이며 채산성을 검토해 추가 도입 및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링크)

이트론이 도입한 장비는 국내 암호화폐 채굴 기술업체 '코인플렉스'가 공급한 것이다. 코인플렉스는 작년 12월 이트론에 채굴 장비 100대를 공급한다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70대를 설치했다. 이트론은 이 장비를 정상 가동했지만, 2월부터 추가 설치하려던 나머지 30대 장비 도입을 유보 중이다. 코인플렉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장비 공급업체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 이트론이 채굴 중인 라이트코인 가격 하락이 장기화한데다가, 채굴 장비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이트론 관계자는 "암호화폐 사업은 2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나 결과가 원활하지 않아 (지속 및 추가 투자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트론이 라이트코인 채굴에만 올인한 건 아니다. 하반기 성과에 보탬이 될만한 요소도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인텔에서 출시한 소형PC '컴퓨트스틱'의 호응으로 매출 기여를 기대 중이고, 지난 1월 출범한 영남지사를 통해 지역 기존 자체 서버 제조 및 판매와 외국 업체의 스토리지 유통 영업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트론 실적에서 매출 절반 가량인 115억원이 제품 유통에서 나왔다. 이가운데 84억원은 인텔SSD, NUC, 무선랜 모듈 유통으로 발생했고 나머지 31억원은 스토리지 유통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트론의 스토리지 유통 사업은 일본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국내 효성그룹의 투자합작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즈(HIS)가 공급하는 히타치 스토리지 총판 역할이다. HDS는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에서 EMC와 선두를 다투는 업체다. 이트론과 HIS가 작년 7월 총판 계약을 맺어 작년 매출이 하반기에만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스토리지 유통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트론은 올해 스토리지와 서버에 더해 자체 개발한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솔루션 'PIOS' 공급 기회 확보 구상도 제시했다. (☞HIS 블로그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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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남는다. 회사측은 투자보고서에서 "HP, 델, 시스코, 등 메이저 벤더사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스퍼, 화웨이 등 중국산 브랜드가 저가경쟁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면서 "우리같은 중소형 업체 10~20개사가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매출 및 수익성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치열함은 지난 13일 공시한 반기보고서 손익계산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링크) 이트론의 올 2분기(4~6월) 실적은 매출 62억5천만원, 순이익 448만원으로 적자를 면했을 뿐아니라 전년동기 매출 54억원, 순손실 4억원에서 확실히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올 상반기(1~6월) 누적 결과를 보면 매출 114억2천만원, 순손실 17억5천만원으로 여전히 하반기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1년전 상반기 누적 매출 109억8천만원, 순손실 2억7천만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매출은 늘었는데 손실폭이 더 큰 부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