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체, 신시장 개척으로 위기 뚫는다

넥스트칩-아이앤씨, 시장 맞춤형 신제품으로 실적 개선 이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08/20 08:35    수정: 2015/08/20 09:17

송주영 기자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계가 신규 사업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넥스트칩,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새롭운 시장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한다면 국내 팹리스 업체도 경쟁력을 갖고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난 2분기 넥스트칩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아이앤씨도 매출이 전분기 대비 60% 가량 늘었다. 넥스트칩은 지난 2년 동안, 아이앤씨는 6년이 넘는 장기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업체들이다. 국내 팹리스 부동의 1위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리콘웍스도 모회사인 ㈜LG의 지원 속에 인수효과를 통해 매출이 상승세를 탔다.

넥스트칩은 CCTV용 이미지센서,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모바일용 DMB칩으로 전성기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이 급변하면서 실적이 추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들 회사는 재기를 노리며 제품 개발에 힘쓴 결과 넥스트칩은 지난해말부터, 아이앤씨는 올해 2분기부터 신제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사 실적 개선 효과는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에서 3분기는 실적 개선 효과가 더 커질 전망이다.

■넥스트칩, 사상최대 분기매출 기록

넥스트칩은 지난 2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주력사업인 이미지센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넥스트칩이 부진을 씻고 서서히 회복세를 찾은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이후 상승세를 타던 넥스트칩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매출액 156억1천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5억9천만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매출액은 지난 2분기 78억5천만원에 비해 98% 성장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18.5% 상승폭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0.5%, 순이익은 21% 늘었다.

이처럼 넥스트칩의 실적이 개선된 주요 요인은 신제품인 AHD(Analog High Definition) 매출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다.

AHD는 HD급 이상 영상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장거리 전송할 수 있도록 구현한 CCTV용 제품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인터넷 기반이 취약한 나라, 특히 중국이 주요 시장이다.

넥스트칩 AHD

마침 중국이 CCTV 교체시기를 맞으면서 넥스트칩은 실적 상승세를 탔다. HD급 이하 CCTV를 고화질로 교체하는 수요에 맞춰 AHD가 효과를 발휘했다. AHD는 동축케이블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 상황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나라가 IP CCTV를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동축케이블을 이용한 영상전송을 선호한다”며 “시장이 커지고 있어 실적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넥스트칩은 하반기에도 매출 확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AHD도1.0 버전을 2.0으로 높였다. 2.0은 HD급 1.0 버전 화질을 풀HD급으로 개선했다. HD뿐만 아니라 풀HD 시장도 노리고 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2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풀HD급(1080p) AHD 2.0의 매출 비중이 분기별로 높아짐에 따라 올해 매출액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AHD 매출에서 2.0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전분기 10%에서 비중이 확대됐다. 넥스트칩 실적은 AHD1.0에 이어 2.0도 힘을 보태면서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세를 연이어 경신할 전망이다.

넥스트칩은 AHD 이후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카메라용 반도체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이사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넥스트칩이 재도약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영상보안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이앤씨 IoT 시장에서 성과 올려

아이앤씨는 지난 2008년 500억원대에 달하던 연 매출이 지난해 무려 57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 아이앤씨의 모바일용 DMB칩이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넘어가면서 한풀 꺾였다.

그러나 실적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6억7천만원으로 전분기 10억1천만원 대비 66% 증가했다. 1분기 17억6천만원에 달하던 영업적자는 2분기 14억9천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 2분기 와이파이 모듈칩, PLC(전력선 통신 제어) 등 새롭게 출시한 반도체 매출이 늘어나면서 매출 성장률이 높아졌다. 지난 2분기 아이앤씨의 와이파이, PLC용 반도체 등 신제품 비중은 총 매출에서 30%까지 늘었다. 1분기에도 와이파이 모듈칩이 소폭 반영되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2분기 들어 본격적인 매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앤씨는 와이파이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IoT(사물인터넷)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통신,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Io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기간 통신이 가능한 와이파이 반도체 매출이 큰 폭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PLC에서도 지난 4월 한전 지능형검침인프라(AMI) 사업을 수주하며 지난 2분기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했다. 아이앤씨는 와이파이, PLC 등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와이파이 반도체

아이앤씨가 지난 6년간 매출 내리막길을 걸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용 DMB 반도체 사업의 부진 때문이었다. 모바일용 DMB 반도체는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DMB TV 시청 수요가 줄어들어 큰 타격을 받았다. 모바일 DMB TV 시장 자체가 수익모델 부재로 투자가 줄었고 소비자 시청습관도 앱을 이용한 TV로 전환되면서다.

아이앤씨는 모바일 DMB 반도체의 빈자리를 향후 와이파이, PLC용 반도체로 채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가습기, 제습기, 보일러 등 IoT 기능을 탑재하는 가전업체가 늘고 있어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매출 확대를 통해 하반기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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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팹리스 부동의 1위 실리콘웍스도 2분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실리콘웍스 매출은 1분기 868억4천만원에서 2분기 1천244억5천만원으로 무려 43%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24억6천만원으로 1분기 99억1천만원 대비 상승했다.

이같은 실리콘웍스의 성장은 모회사인 ㈜LG의 지원이 든든한 힘이 됐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월 LG 계열사인 루셈 사업부를 인수하고 4월에는 LG전자 드라이브IC사업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2분기 루셈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매출이 커졌다. 3분기에는 LG전자로부터 인수한 반도체 사업 매출도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