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위약금, 왜 오래 쓸수록 많지?

방통위, 불합리한 제도 개선 방안 곧 발표

방송/통신입력 :2015/07/30 18:07    수정: 2015/07/30 18:07

“3년 약정에 2년 넘게 사용했는데 위약금이 왜 이렇게 많나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이처럼 약정과 위약금에 대한 불만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약정 만료가 가까워질수록 위약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업자들의 셈법은 정반대다. 사업자는 오랫동안 할인혜택을 제공했으니 위약금을 더 내라는 쪽에 가깝다.

특히, 휴대폰은 1~2년, 초고속인터넷 1~4년, 유료방송 1~3년 등 서비스별로 약정기간이 달라 해지를 하고 싶어도 결합할인 위약금이란 족쇄 때문에 해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결합상품의 폐해로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제도개선안은 각 사업자들이 결합상품 약관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고지토록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미 올 상반기 방통위가 ‘초고속인터넷 공짜’ 식의 결합상품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제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결합상품의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 결합상품 규제 아닌 제도개선

방통위는 결합상품 제도 개선이 소비자의 결합상품 할인혜택을 축소시키지 않는다는 점과 결합상품 가입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불편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말기유통법을 시행했을 때 ‘휴대폰 구입비용 지출이 늘어났다’, ‘지원금 상한제로 보조금을 축소시켰다’와 같은 소비자 불만이 팽배했는데, 이번 결합상품 규제와 관련해서도 자칫 이와같은 불만이 터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래서 결합상품 규제가 아니라 결합상품 제도개선이라고 강조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결합상품 제도 개선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할인혜택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사업자들이 편의상 방송·인터넷은 무료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오인하는 것을 막고 각각의 상품에 대해 할인 받는 것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에는 각각의 방송, 통신상품의 이용약관과 별도로, 결합상품의 약정기간이나 이에 따른 할인금액과 위약금을 등을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결합상품 이용약관을 사업자들이 갖추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합상품 이용약관에는 소비자의 기여도와 상관없이 사용기간이 늘어날수록 위약금이 커지는 것에 대한 개선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서비스의 약정이 들쭉날쭉해 오는 소비자 피해나 해지절차의 간소화 등도 제도개선 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정경쟁 기반 확보

결합상품 제도 개선의 첫 번째 초점이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것이라면 그 다음은 방송·통신사업자간 공정경쟁 기반 확보다.

최근 케이블업계는 통신사들이 ‘인터넷·방송 공짜’라는 허위·과장광고 때문에 케이블TV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결합상품 제도 개선에 ‘동등할인’을 포함시켜 달라고 방통위와 미래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동등할인은 예를 들어 ‘이동통신+인터넷+유료방송’ 서비스가 결합돼 판매될 경우 할인금액이 특정상품에만 쏠리도록 하지 말고, 똑같은 할인율로 판매되도록 만들자는 제도다. 이는 통신사들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할인액을 방송에 몰아 ‘방송은 공짜’라는 식의 판매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일단, 방통위는 동등할인의 경우 사업자의 영업이나 마케팅에 대한 간섭·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나, 특정상품만 크게 할인해 관련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할인율의 격차를 제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동통신은 적게 할인하고 방송은 크게 할인해 결합상품을 이용할 때 마치 방송은 공짜처럼 판매하는 식으로) 할인율 격차를 크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런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이를 금지행위에 넣는 것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결합상품 제도 개선에 ‘동등결합’이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동등결합은 통신사나 방송사가 타 사의 상품과 묶어 결합상품으로 판매할 때 또 다른 사업자가 같은 조건으로 동등결합을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하자는 제도다.

일례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자사의 이동통신과 묶어 결합 판매할 경우, 케이블업체가 같은 형태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을 묶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이통사로부터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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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결합판매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한 터여서 결합상품 제도개선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될지 여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결합상품 제도개선은 미래부와 협의 사항이기 때문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으나 기본 방향은 일치하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