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업총수17人, 무슨 대화 나눴나

"창조경제 성공 협조" 요청에 "적극 투자" 화답

카테크입력 :2015/07/24 17:47    수정: 2015/08/13 11:34

김태진, 박수형, 정기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담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경제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 것은 2013년 8월 10대그룹 총수 간담회와 올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 오너들과 IT(정보기술)업체 수장들을 함께 불러 자리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청와대)

■朴대통령 센터 지원 요청에 총수들 적극 투자 다짐

박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총수들에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창조경제센터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삼성·현대차 등 17개 대기업 총수들에게 "세계화의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며 "전국 창조경제 혁신센터 구축이 완료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성과를 창출해 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사회공헌 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또 다른 동력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다양한 인재 양성 노력과 함께 유망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참석한 총수들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방침에 부응해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작업을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다짐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 정책에 발맞춰 오는 2017년까지 총 136조원을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쏟아붓고,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에도 5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규제 완화와 함께 법인세 인상 등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는 조치들의 개선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날 재계를 대표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보다 속도감 있게 박차를 가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수 벤처기업을 폭넓게 지원해서 청년들을 위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청년 펀드를 조성하고 판로 개척을 도와 중소벤처 기업에 큰 힘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최근 방문했는데 사람들의 창업에 대한 절실한 필요를 느꼈다"며 "국민·기업인의 한 명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혁신센터는 국가와 지자체, 기업이 삼위일체가 돼 경제 재도약을 위해 협업하는 좋은 모델"이라면서 "경북센터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팩토리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등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분야 창업, 수소연료전지 생태계 조성, 중소기업 스마트 공장 구축, 서민생활 분야 창조경제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20여개의 벤처 창업, 1천900억원 규모의 펀드조성, 스마트 공장 40개 구축, 전통시장 리모델링 등 성과 사례를 발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가 보유한 5만2천건의 특허를 공개하고 충북센터에 상주하는 LG직원이 40여개 기업에 대해 '찾아가는 기술진단·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며 20여개사에 맞춤형 특허 제공 및 특허 권리화 서비스를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K뷰티,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분야의 창업과 지역기업 성장을 위해 전사적인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창규 KT그룹 회장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며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국제 협력체계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7월 21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입주기업 간담회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박 대통령의 권유로 부산센터를 찾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과도 면담했다고 소개했다.

신 회장은 "부산센터는 혁신상품과 아이디어의 가치제고와 오프라인 5개, 온라인 2개 등 유통채널을 활용한 판로 개척으로 글로벌 기업 성장을 지원 중"이라면서 "부산 뿐 아니라 전국 혁신센터에서 발굴된 제품들의 유통 지원을 위해 노력할 테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우수 창작자를 전문가과 매칭해 사업화로 연계하는 등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지원하고, 다른 혁신센터와도 협력해 멘토 풀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유망 창업기업이 해외 진출을 위해 MAMA, K콘 등 CJ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손 회장은 또 "청계천에 구축 중인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LED룸 등 첨단 제작시설과 시험 제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시연해 볼 수 있는 가변형 융복합 공연장을 만들 것"이라며 "일산 융복합 테마파크인 'K-컬처 밸리'도 내년 2월 착공해 2017년 10월 이전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업 하나 하나를 일일히 지명하며 격려와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전국 혁신센터장과 지원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의를 하다보니 든든하고 우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잘될 것 같다"면서 "도약이냐 가라앉느냐의 기로에 선 우리나라에게 창조경제는 해낼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김상헌 네이버 사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 대기업 총수 17명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최동규 특허청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3년간 신성장동력에 16조 투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이 협력해 전국 광역시·도마다 설치한 지역특화 전략산업 육성센터로, '창조경제 생태계'의 거점이다. 지난 22일 출범한 인천 혁신센터를 마지막으로 전국 18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출범을 완료했다.

참여 기업은 삼성(대구·경북), 현대자동차(광주), SK(대전·세종), LG(충북), 롯데(부산), 포스코(포항), GS(전남), 현대중공업(울산), 한진(인천), 한화(충남), KT(경기), 두산(경남), CJ(서울), 효성(전북), 네이버(강원), 다음카카오(제주) 등 16개다. 이들 기업은 향후 3년간 신성장동력에 총 1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발전·바이오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약 17조원, 사물인터넷·스마트카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약 12조원, 2차전지·탄소섬유 등 신소재 분야에 약 11조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또 신형엔진 개발 등 첨단 부품 분야에 약 9조원, 유통 채널 다각화·레저 시설 건립 등 유통·레저 분야에 약 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의 경우 전자, 바이오, 2차전지 등의 분야에, 현대차는 친환경자동차, 스마트카 등 미래자동차 분야에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는 에너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분야에, 한화는 방산·화학 및 서비스, 태양광 사업 확대에, KT는 유·무선 기가 네트워크 구축에 중점 투자한다.

GS와 한진은 친환경 발전과 고효율 항공기 도입에 각각 투자하고 두산은 대형가스터빈 개발 등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빅데이터에 대응하는 검색 및 활용 기술과 핀테크 등에 각각 투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들 기업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5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SK는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며 협력사들의 임금 및 복지 개선 지원 등 상생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협력업체의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유망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거나 일정기간 구매를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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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농식품펀드 조성 및 중소기업 글로벌 동반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센터와 협력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청년 창업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효성은 탄소와 관련된 기업들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당초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음달 예정된 광복절 특별사면에 기업인들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정가와 재계의 관심사였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진, 박수형, 정기수 기자tjk@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