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클라우드스토리지 분야의 한 축인 기업용 파일공유서비스 사업을 사모펀드에 넘긴다. 한때 시장에서 '박스(Box)'나 '드롭박스(Dropbox)' 또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와 어깨를 견주던 EMC 정보인프라사업 '싱크플리시티(Syncplicity)'를 결국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EMC의 핵심 분야와 동떨어졌다는 게 표면적인 '처분의 변'이지만, EMC가 그간 나름대로 공을 들였던 사업인만큼 다소 속이 쓰릴만한 상황이다. 오는 22일(현지시각) 2015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를 예고한 점을 감안한다면 침체된 주가와 기업 가치를 자극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링크)
외신에 따르면 EMC는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의 사모펀드회사 '스카이뷰캐피털'에 싱크플리시티 사업부를 분리 매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진 않았다. 일부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것이란 계획만 제시했다. 실적 발표 이후인 이달말쯤 거래가 마무리될 거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제레미 버튼 EMC 정보인프라사업부 제품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은 싱크플리시티 분리 매각 소식을 전하며 "싱크플리시티가 맡던 '독자적(standalone)' 시장 영역은 EMC의 핵심 인프라 역량에서 동떨어졌다"고 표현했다고 미국 지디넷은 전했다. (☞링크)
EMC는 지난 2012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EMC월드에서 싱크플리시티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싱크플리시티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자리한 클라우드기반 파일관리솔루션 업체로 소개됐다. 기업 사용자를 위한 클라우드용 네이티브 공유 및 동기화 기술이 이들의 장기였다. (☞링크)
이후 EMC는 자사 주고객층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핵심 제품인 스토리지 솔루션과 싱크플리시티의 주특기를 연계해 활용할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했다.
우선 싱크플리시티의 기존 개인 및 기업용으로 나왔던 파일공유플랫폼에 보안 및 IT관리 기술 등을 더해 지난 2013년 3월 선보였다. EMC 네트워크스토리지(NAS) '아이실론'이나 오브젝트스토리지 '아트모스'로 구성된 저장공간을 연계해 쓸 수 있는 싱크플리시티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었다. (☞관련기사)
그해 5월 EMC월드2013 현장에선 싱크플리시티가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 양쪽에 동시에 데이터를 저장해 주는 신기능을 품고 나왔다. 또 이후 NAS와 오브젝트스토리지를 넘어 EMC의 미드레인지 스토리지 VNX와 가상스토리지 바이퍼(ViPR)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관련기사)
EMC는 지난해에도 싱크플리시티의 역할을 한껏 키워볼 요량이었다. 모바일 단말기와의 연계를 통해 기성 스토리지 인프라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관련 사업의 매출 확대를 꾀했다.
미국 지디넷은 작년 4월말 보도에서 'EMC의 막대한 영업 채널과 퍼블릭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공략에 힘입어 심플리시티는 박스,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 MS스카이드라이브(현 원드라이브)와 함께 5대 클라우드파일공유 업체를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보도에 따르면 데이빗 굴든 당시 EMC 정보인프라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직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싱크플리시티의 실험이 엔터프라이즈 업계에서 빠른 호응을 얻었으며, 스토리지 수요 증대를 이끈 프라이빗클라우드 호스팅(환경에서의 활용)도 합리적"이라고 자평했다.
자아도취는 아니었다. 싱크플리시티는 지난해 하반기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기술분석보고서 '매직쿼드런트' 시리즈 중 기업용 파일 동기화 및 공유 부문에서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부 스토리지와 클라우드를 모두 사용해 접근 권한과 보안 등을 다뤄야 하는 기업 환경에 알맞단 평가를 받았다. (☞링크)
이런만큼 EMC가 싱크플리시티에 건 기대는 컸지만, 실적은 그에 못 미쳤던 듯하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MC의 공식발표보다 한 발 먼저 싱크플리시티 매각 소식을 전했던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업 규모는 연간 두배씩 성장했으나 벌이는 신통치 않았다(unprofitable)는 평가다.
현재 EMC는 주력 사업이었던 고가 기업용 스토리지 장비의 매출이 둔화함에 따라 싱크플리시티와 비슷한 시기에 인수(☞관련기사)한 스타트업의 신규 제품인 '익스트림IO' 공급에 올인 중이다. 한국EMC에선 V맥스같은 주력 제품을 팔던 베테랑 인력들이 익스트림IO 영업에 나선 상황으로 알려졌다.
EMC의 부진이 심화된 지난해부터 그 지분을 2% 가량 보유한 5대주주,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는 EMC더러 자회사 VM웨어를 떼어내라는 분할 등 구조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이는 EMC의 사업 영속성보다는 자신들의 주 관심사인 '차익실현'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통합시스템 시장, 오라클·VCE·시스코 3파전"2015.07.10
- EMC, 시스코 빈자리 中업체로 채운다2015.07.10
- EMC, VM웨어 분사 안 하기로2015.07.10
- 시스코-EMC, VCE 삼각동맹 와해 가속2015.07.10
EMC는 싱크플리시티 사업을 정리 또는 축소하고, 스토리지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버 및 네트워킹 인프라 전략 강화를 추진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EMC는 지난해 시스코와의 불화 이후 그와 함께했던 VCE 사업을 자산화(☞관련기사)했지만 서버와 네트워킹 인프라 전략에 틈이 생겼다. 여길 중국 회사로 채우긴 했지만(☞관련기사) 대단히 안정적인 그림은 아니다. 작년에 흘러나온 HP와의 합병설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