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K 합병 반대 삼성에는 어떤 영향?

삼성물산-제일모직에 반대표 던질 가능성 낮아

홈&모바일입력 :2015/06/24 18:15

송주영 기자

국민연금이 ㈜SK와 SK C&C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함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을 끈다. ㈜SK-SK C&C,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합병 후 존속법인이 된다는 점과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의 주주다.

금융투자업계 등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SK 사례에서처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게 보는 편이다. 국민연금이 먹튀 가능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외국계 펀드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불리한 사례가 나온 만큼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자사주 인수 등 주주들을 달랠 새 조치가 나올지도 관심을 끈다.

국민연금은 24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오는 26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SK C&C와 ㈜SK의 합병안 의결 방향을 심의한 결과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합병계약의 건과 관련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자사주 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SK C&C와 ㈜SK의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74다.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SK의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율은 0.4%다. 최 회장 0.2%, 노소영 아트나비 관장이 0.2%를 보유하고 있다. ㈜SK의 최대주주는 SK C&C로 31.8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 후 존속회사인 SK C&C의 최 회장 지분율은 32.92%에 달한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지디넷코리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총수 일가 지분이 낮은 회사와 높은 회사의 합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23.23%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제일모직이다. 또 합병비율을 가지고 외국계 펀드인 엘리엇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합병 반대 행사에 따른 영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SK C&C와 ㈜SK 합병의 경우 국민연금의 7.19%로 지분율이 낮아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SK 측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삼성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물건너갈 수도 있다.

현재 삼성이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 확실한 지분율은 19.8%다. 지난 12일 KCC가 인수한 삼성물산 자사주 5.96%를 더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지분율은 7.12%에 달한다. 여기에 일부 소액주주, 해외 연기금 등이 가세하는 상황이다. 양측은 현재 우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중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0.15%는 결정적이다.

금융투자업계가 국민연금의 반대표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것은 자칫 생길 수 있는 반대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먹튀 가능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외국계 펀드의 편을 들었다는 비판 여론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의 경우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제일모직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양사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실익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그룹이 비슷한 상황인 만큼 반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삼성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