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지난해 이맘때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이 뛰어난 '전혀 다른 종류의 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운영체제(OS), 반도체 기억소자, 광섬유 기반 데이터 전송 기술을 조합한 '더 머신(The Machine)' 프로젝트다.
올해 '멤리스터(memrister)'라 명명된 차세대 반도체를 시범 생산, 내후년(2017년)엔 이를 양산하고 새로운 OS 공개 시험판과 주변장치를 선보인 뒤 오는 2018년부터 이를 활용한 스토리지 시스템을 출시, 2019년 완성된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게 지난해 HP의 구상이었다. (☞관련기사)
작년말께 HP는 더 머신의 프로토타입 OS '리눅스++'를 이달중 완성시킨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더 머신 완성품에서 실제 구동될 OS가 아니라 그 하드웨어 설계 구조 및 주변 장치를 흉내내는 소프트웨어로 묘사됐다. 개발자들이 더 머신의 기술과 원리에 친숙해지기 위한 시험판 성격이다. (☞관련기사)
HP는 그간 제시했던 더 머신 프로젝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발전시켰을까? 최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HP는 내년초 더 머신 시스템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HP디스커버2015' 현장에서 싱글랙 형태의 더 머신 출시를 준비 중이라 밝혔다는 소식이다.
IT미디어 이위크는 마틴 핑크 HP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HP연구소(HP Labs) 담당 이사가 "(더 머신) 프로토타입은 2천500개 프로세서 코어와 320테라바이트(TB) 크기 메인메모리를 탑재하고 실리콘 포토닉스같은 구성 요소를 품게 될 것"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링크)
HP가 자체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반도체 멤리스터가 더 머신의 메모리 역할을 한다. 더 머신의 프로세서는 'D램' 없이 멤리스터 기반의 스토리지에서 곧바로 데이터를 불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멤리스터가 D램처럼 빠른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지원하면서 전기 없이도 데이터를 보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P가 내년 공개를 예고한 더 머신 프로토타입은 그 시스템에 멤리스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D램 부품도 탑재할 에정이다. D램은 멤리스터를 위한 '프록시' 처럼 작동해 SAP같은 HP 소프트웨어 공급 파트너가 더 머신을 활용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IT미디어 리코드는 "HP의 주장대로라면 더 머신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에 따라 우선 고성능컴퓨팅 시장의 지분을 창출한 다음 멤리스터 기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같은 더 큰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멤리스터 기반 칩은 제작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그 수율이 15% 미만이라 전했다. (☞링크)
이전에도 HP는 멤리스터 기반 부품 양산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HP는 지난 2010년 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2011년께 멤리스터 기반 저항변화램(ReRAM)의 3년내 상용화를 예고(☞관련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12년들어서는 상용화 시기를 '2014년 이후'로 미루면서 사실상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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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랙타입의 더 머신 프로토타입을 내놓기로 예고한 내년은 그 조직이 둘로 나뉜 이후다. HP는 오는 10월말까지 PC 및 프린터 제품 사업 부문을 떼어낸 'HP Inc.'와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사업을 맡는 'HP엔터프라이즈(HP Enterprise)'로 분할된다. (☞관련기사)
IT미디어 실리콘앵글은 HP가 더 머신 프로젝트의 성과를 오는 11월 이후 출범할 두 HP 회사 중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양 쪽에서 활용케 될 것이라 전했다. 우선 HP엔터프라이즈의 기업용 컴퓨팅 및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되고 다음으로 HP의 PC 및 프린터 하드웨어 제품군에 적용된다는 얘기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