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더 머신' OS, 내년 시험판 출시

일반입력 :2014/12/12 14:11    수정: 2014/12/12 14:21

HP가 자체 기술을 집약해 만들겠다던 '더 머신(The Machine)'용 운영체제(OS)를 내년 시험판으로 출시한다. 더 머신은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HP디스커버' 행사장에서 처음 소개된 '근본적으로 새로운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다.

서버든 PC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표준화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지만, HP는 더 머신 프로젝트를 통해 현존 제품보다 작고 가벼운 몸집에 에너지 효율과 처리 성능이 더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HP연구소(HP Labs)는 더 머신 프로젝트로 실험실 수준이 아니라 상용화 가능한 제품을 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기반 기술로 차세대 기억소자 '멤리스터(memristor)', 새로운 프로세서, OS 개발을 추진해 왔다. (☞관련기사)

6개월 전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핑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제시할 땐 올해 개발에 들어간 더 머신용 OS의 공개 시험판이 오는 2017년, 더 머신 완제품이 5년 뒤(2019)에야 나올 전망이었다.

그런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술전문 매체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8일자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HP가 더 머신 프로젝트의 신형 컴퓨터를 위해 만드는 '혁명적인' OS를 오는 2015년 중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 머신 프로젝트를 이끄는 커크 브레스니커 HP연구소 시스템연구 담당 수석아키텍트 겸 HP 전문위원(Fellow)은 오늘날 모든 요소에 반영된 최초 컴퓨팅 모델이 이젠 우리 발목을 잡는다며 신기술을 통한 도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HP연구소는 연구인력 200명 가량을 배정해 3분기째 더 머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레스니커 수석아키텍트에 따르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휘트먼 CEO가 더 머신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HP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여전히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야만 새로운 컴퓨터를 현실화할 수 있는데, 특히 멤리스터라는 전자부품 기반의 신형 '메모리'를 완벽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스니커 수석아키텍트에 따르면 HP연구소는 오는 2016년까지 실제 작동하는 더 머신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더 머신용 OS로 설계된 '리눅스++'를 내년 6월까지 완성시킨다는 방침이다.

리눅스++는 엄밀히 말해 더 머신의 실제 OS 자체가 아니라, 그 하드웨어 설계 구조와 다른 도구를 흉내내는 소프트웨어에 가깝다. 그 역할은 개발자들이 향후 실제로 나올 더 머신의 기술과 원리에 친숙해질 수단이 되는 것이다.

즉 리눅스++는 프로그래머들에게 더 머신용 코드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HP가 '카본(Carbon)'이라 부르는 진짜 더 머신용 신형 OS로 대체된다. 더 머신 상용화 땐 카본이 탑재된다는 뜻이다.

지난 9일 이를 보도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카본은 윈도와 직접 경쟁을 예고한 것처럼 보인다며 핑크 CTO는 지난 6월 윈도라는 OS에 대해 수십년간 휴면 또는 정체된 채였다고 비판했다.

기존 컴퓨터와 더 머신은 어떻게 다를까. 전자는 일시적인 데이터를 담는 기억장치와 장기 보관을 위한 기억장치에 전혀 다른 종류의 메모리를 사용하고, 후자는 그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한 종류의 메모리를 쓴다는 게 최대 차이다.

기존 컴퓨터는 하드디스크 또는 플래시 드라이브에 OS와 파일을 두고, 문서나 데이터를 읽거나 프로그램을 실행할 땐 반드시 그 정보를 흔히 '램(RAM)'이라 부르는 메모리에 가져와 담아야 한다. 그런데 램은 디스크와 플래시보다 훨신 빠르지만 담을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고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내용을 잃게 되는 약점이 있다.

HP는 앞서 언급한 차세대 메모리 '멤리스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른 기억장치에 옮겨 담는 과정 없이 문서를 열거나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걸리는 시간과 전기를 아낄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멤리스터는 그래서 같은 크기에 디스크와 플래시보다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고 램보다 빠른 메모리 기술로 만들어져야 한다.

더 머신 프로젝트 설계에 적용되는 하드웨어 신기술은 멤리스터뿐이 아니다. 시스템 기판과 각 부품간의 디지털 신호 전달 소재를 기존 '구리선' 대신 광섬유(optical fiber)로 대체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HP는 이런 더 머신 기반으로 서버를 구축할 때 전통적 설계에 기반한 것보다 6배 강력한 연산 능력을 내면서 크기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전력도 기존 대비 1.25%밖에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글, 페이스북처럼 서비스 가동을 위해 막대한 서버 인프라 투자를 해온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만하다.

아직 더 머신 프로젝트에서 초창기 언급된 '자체 프로세서' 기술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HP가 상반기 더 머신 프로젝트 구상을 처음 내놨을 땐 더 머신을 위한 자체 OS와 메모리뿐 아니라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도입도 계획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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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HP가 아태일본지역(APJ) 매체를 초청해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한 '미디어서밋' 행사장에서 당시 짐 메리트 HP APJ 엔터프라이즈그룹 부사장 겸 제너럴매니저는 더 머신의 CPU에 대해 범용 프로세서가 아니라 특수목적 코어(special-purpose core)를 탑재하게 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이후 하반기동안 HP의 움직임에서 더 머신의 CPU와 관련된 얘기는 더 이상 구체화된 게 없다.